스타일 Part1 (1~9F)
글쓰기 외전: 스타일 Part1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48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1~9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인터뷰: 놀이글꾼 모임 발윤상, 쓰이지 않아도 쓰기 위하여
놀이글이요? 그게 뭔가요? 노는 글인가요?
“놀이글이요? 글쎄요, 저는 그냥 상호 반응하는 글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왜 놀이글이라 했냐 하면, 그것에 즉흥 놀이, 우연성, 가벼운 게임의 규칙이 있다고 여겼거든요. 마치 재즈에서 상대가 제시하는 악구를 받아서는 그것에 피드백하는 것처럼요. 그런 면에서 예측되지 않고 놀이터에서 모여서 그때그때 규칙을 만들어서 노는 아이들의 판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점에서 놀이글이라고 했죠.”
그냥 팬질한 건 아니고? (웃음)
“그럴 수도 있어요. 솔직히 (웃음) 그래요. 한동안 연예인 팬질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죠. 삼촌 부대라고 하죠. 전 그 정도로 열성적이지는 않았고 ‘찐팬’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팬질을 안 했다고 하기는 어려운, 여기서도 ‘찐팬’이 그다지 반기지 않을 2차 창작을 하는 팬이었어요. 혹시나 연예인을 이용해서 자기 글을 홍보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의 눈길도 있었거든요. 은연중 ‘찐팬’에게 배척을 당할 수도 있는 부류였죠.
그런가 하면 밖에서 보는 시선은 또 다른 방식으로 배타적이었죠. 팬질하지 않는 사람들이 보면 나이 들어서 경망스럽게 뭐하는 짓인가 싶을 것이고, 이해는 하더라도 시간 낭비라고 했고, 어쨌든 이해는 하겠다면서도 말을 머뭇거리거나 그냥 대놓고 비웃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래도 뭐랄까, 확실히 엉망인 글이든 어떻든 글을 쓸 순 있었죠. 그런 글은 소용 없는 것이라는 분들도 있었지만, 상관 없었죠. 제가 재미 있어 했으니까요.”
"그러면 그때는 혼자서 했던 건가요? 팬클럽에서 실제로 그런 모임이 있었나요?"
아니오. 함께한 것은 아니었어요.
“함께 공감하면서 다양한 방향에서 상호 반응을 했다면 훨씬 역동적이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런 모임을 꾸려 나갔다면, 오히려 서로 얼굴 붉힐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엉뚱한 말도 하지 않으려 하고, 그러다가 자신들이 귀찮아서 게을러지다가 느슨해졌을 수도 있어요. 그런 면에서 오히려 가상으로 조건을 만들고 하는 경우가 제게는 더 편했다고 해야 할까요. 신경 써야 할 사람도 없고, 책임감도 덜하죠.
네, 같이할 동료를 찾을 수도 없었고요. (웃음) 설령 있었더라도 일정한 윤곽이 나오지도 않을 것을 위해 또 부담스러운 규칙을 부과하고 싶지는 않았죠. 또 그걸 위해서 사람들과 교류해야 하잖아요. 먼저 스스로 테스트를 거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보았는데, 그 과정이 길었다면 길었을 수도 있고요.
제게 놀이글은 가상의 규칙을 통해서 상호 반응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어요. 내적 스타일이라고 해야겠죠.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작법으로 작동하는 거죠.”
“그러면 발윤상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모임에서 본격적으로 동료를 만나신 거네요? 그곳에서는 놀이글의 방식을 활용해 글쓰기를 연명한다고 해야 할까요?”
"질문 지점이 세 가지인 듯하네요. 하나씩 말씀 드리자면,”
“제 생각에도 좀 자극적이고 엉뚱한 이름 같기는 해요. 한 회원분이 지으셨는데, 좋게 해석하자면, 손으로는 쓰지만 발로도 쓸 것을 경험하는 순간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자는 뜻이죠. 이상은 언감생심이고, 윤상 역시 발연기하는 윤상 처지일 수 있어도, 어찌 보면 발로 걸어가는 일, 손으로 미처 쓰지 못하더라도, 발로 쓰는 자세를 기억하는 것이라는, 그래요, (웃음) 꿈보다 해몽이죠. 사실 그냥 발연기라도 하겠다는 의미가 맞아요.
개인적으로는 연예인의 떡밥을 받아서 뭔가 의무감을 느끼면서 글을 창작하는데, 이걸 회원들과의 교류로 전환하는 것이 영 어색하기는 했어요. 즉각적인 반응을 현실에서 느끼면 의견을 숨기는 성격이다 보니, 이것을 탐탁지 않아 했죠. 하지만 뭔가를 함께 공유한다는 건 생각보다 괜찮은 면도 있더군요. 서로를 어떻게 평가할지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게 되고, 각자의 예술관이 상호 작용하면서 가능성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도 그렇고요.”
“아, 그리고 뭐였죠? 맞아요. 당연히 놀이글로 연명하죠. 개인적으로 연명만큼 적절한 말이 있을까 싶네요. 저는 글을 쓰고 싶어 자극 받을 수 있는 모든 순간에 감각을 열어 두었고, 이제는 그것에 중독되었어요. 연명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삶이 되었죠.”
“글쓰기를 연명하기 위해 글을 습관처럼 쓸 수 있도록 무형의 모호한 책임감, 또는 저의 자극 동기를 외부에 두었어요. 다행일 수도 있고, 엄청난 손실이었을 수도 있는데, 타인의 SNS 등에서 말을 건져내는 것에 지나치게 의존적이 되어서 한동안 그 버릇을 지우려 노력했어요. 돌이켜보면 다 지우지 않았던 게 다행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