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중족골골절은 깁스 고정 하는가, 고정(법)이 선택되는가

숨겨진 서술절 & 주어의 의인화

by 희원이


치료로는 전위가 없는 중족골 골절은 깁스 고정, 전위가 있는 경우에는 경피 피닝술을 시행한다.


이 문장에서 시작했다. 여기서 생각을 편하게 하기 위해 추려서 선택하면


치료로는 전위가 없는 중족골 골절은 깁스 고정을 시행한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더 추려 보면


중족골 골절은 치료(술)로 깁스 고정을 시행한다.


정도로 이해해도 괜찮겠다. 더 줄이면


중족골 골절은 깁스 고정을 시행한다.


라고 단순화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숨겨진) 서술절로 본다.


중족골 골절은 (술자가 치료로) 깁스 고정을 시행한다.


이것을 조금 더 익숙하게 바꾸면


중족골 골절은 깁스 고정이 시행된다.


로 보면 된다. 다만, 능동형을 쓰는 것이 권장되고, 말맛이 좋으므로 원 표현 그대로 둔다.


중족골 골절은 깁스 고정을 시행한다.


그러나 이를 풀어 쓰면


중족골 골절일 때는 깁스 고정을 한다.
중족골 골절일 때는 깁스 고정이 선택된다.


로 변형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전위가 있는 경우에는 경피 피닝술을 시행한다.


이 문장을 염두에 둔 리듬인 셈이다. 조금 더 변용하면


중족골 골절이 발생했을 때는 깁스 고정을 한다.


이때는


(중족골 골절이 발생했을) 때는 깁스 고정을 한다.


와 같은 문장 구조가 된다. ‘때는’이 중심에 선다. ‘경우에는’처럼.

그렇다고 해도 구조적으로


중족골 골절은 깁스 고정을 시행한다.


라는 문장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숨겨진 서술절 구조인 셈이다. ‘골절이 무언가를 시행할 수는 없다.’

주어의 의인화로 혼동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는


(중족골 골절이 발생했을) 때는 깁스 고정을 한다.


이게 좀 더 쉬운 구조다. ‘때는 / (누군가) 깁스 고정을 한다’로 들리기 떄문이다. 즉 언뜻 보았을 때

‘깁스 고정을 한다’라는 후반부 문장에 대해 부사어로 ‘~때는’이 첨가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지점에서 호흡이 갈리는 느낌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 이는 ‘경우에는’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못맞춤법 놀이로는 서술절 해석을 자제하고, 주로 ‘~은/는’으로 문두에 등장하는 서술절을 안은문장 주어를 ‘범위를 한정하는 부사어’로 보자는 바람도 있었다.)


(중족골 골절이 발생했을) 때는 / 깁스 고정을 한다.
전위가 있는 경우는 / 경피 피닝술을 시행한다.


그럼에도 우리 문장의 주요한 특성인 ‘서술절 해석’의 자장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달리 고치기도 한다.


중족골 골절이 발생하면 / 깁스 고정을 한다.
전위가 있으면 / 경피 피닝술을 시행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체부골절은 시행하는가, 시행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