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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를 포함하는 백일장식 글쓰기에서 삼행시로

스타일 Part1 (121~123F)

by 희원이
글쓰기 외전: 스타일 Part1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48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121~123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창작 노트: 단어를 포함하는 백일장식 글쓰기에서 삼행시로

삼행시를 선택하기 전, 그러면서 이미지를 제거하려는 과정에서 팬질 대상이 언급한 말 등을 활용한 언어유희 등의 B글을 염두에 두기도 하였다. 그렇게 흔적을 지우면서도 약간은 남겨두는 것인데, 어쩐지 그것은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우선 뭔가로 틀을 단단히 잡아주지 않을 때 내 산문은 퍼지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놀이글로 2차 창작을 하던 습관 때문인지 진지한 산문을 쓰는 것에 대한 어색함을 느꼈고, 단어를 가지고 백일장식 창작을 하는 것에서 개성을 획득하고자 지나치게 가벼운 창작을 하려던 것이 원인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상하리만치 가벼움에 경도되어 있었다.

돌이켜보면 시민적인 아마추어적 낮은 글쓰기와 가벼움을 동일시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오히려 그보다는 중산층적인 안정되고 보수적인 가치를 부수지 않은 채 자신을 옹호하는 것처럼 그 가치를 쉽사리 재생산하는 것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못하면서 지점을 약간 어긋나게 설정했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하려던 것은 시민적이라기보다는 오타쿠적인 마이너한 감성이었던 셈이다.

그게 다른 형식적 요소로 놀이글처럼 보완되거나, 장르 소설처럼 검증된 형식에 얹히지 못하면서 만족스럽지 못했다. 즉, 굳이 그런 흐름으로 내용이 채워져야 할 필연성이 약하다고 느끼니 헛도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운문에서도 늘 실패했다. 시를 참 못 쓴다. 그러다 보니 백일장식 B글 작업은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아무런 맥락 없이 그냥 삼행시를 B글에 도입하려는 아주 가벼운 발상 덕분에 전혀 뜻밖의 국면을 맞았다. 정말이지 그냥 쓰려고 했는데, 거기서 해당 팬질할 연예인의 이름을 명기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시작했다가, 산문의 흐름에 규칙적 작위성으로 틀을 부여하고, 운문의 긴장도 가끔은 획득해 주는 점이 마음에 들어 삼행시를 지금껏 쓰고 있다.

이 방식으로 하다 보니, 일단 이미지를 쓰지 않게 되었다. 또한, B글에서 강박적으로 나왔던 유치한 언어유희가 줄었다. 상황을 지나치게 언어유희(문자유희)에 의존하여 엉뚱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습관도 줄어들었으며, 대체로 내용의 진술에서는 순수문학적 습관을 다시 적용한 셈이다. 정해진 글자로 운을 뗀다는 자체에서 이미 작위적인 언어유희적 설정이 있으므로 다른 유희를 자제하게 되는 것이다.






◑ 한눈팔기: 재즈는 스타일을 발표하는 작업

'과장해서 말하자면' 재즈는 스타일을 발표하는 작업 같다. 팝 음악에서 히트한 곡 하나하나를 세심히 공정하고 대중의 취향, 유행 등을 민감하게 체크하는 것에 반해서, 재즈는 그냥 스타일대로 이런저런 곡을 선별해서 죽 연주하고, 펼쳐진 '스타일 추상화'에서 각자의 프레임으로 시작과 끝을 임의적으로 정해서 맺고 끊고는 발표하는 느낌이 든다. '이 곡 좋지요?'가 아니라 '나 요즘 이렇게 연주해요.' 알려주는 발표라고 해야 할까.

최근에는 그런 게 조금 자제되는 듯하지만, 과거 1940~60년대 모던재즈 시기에는 정규앨범 숫자도 많고, 번외편은 더 많다. 소설을 발표하는 작업이라기보다는 일기나 에세이를 발표하는 작업과 견주어 볼 수 있겠다. 거기에 유명 음악가는 툭툭 연주하거나 프레임에 찍히지 않았던 후보 테이크 등등 이걸 나중에 기획사에서 다 발표하면, 음반 목록은 타 장르의 음악인의 음반 목록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방대해진다.


“연주 스타일이 자주 바뀌고, 쿨, 비밥, 모달, 퓨전, 애시드 스타일 등등 음악 세계관이 방대했던 마일즈 데비이스가 특히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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