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 & 고흐
아버지의 익숙한 신발이 현관에서부터 보이면,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노름에 빠져 있던 아버지는 가끔 들어왔다.
한동안 안 들어올 때면 모두가 평화로웠다. 아버지는 노름에 빠지면 집에 없었고, 집에 가끔 들어올 때면 술에 잔뜩 취해 횡설수설 하며 절어 있었다. 빈센트를 괴롭히기도 했다.
한번은 낯선 여자가 외상값을 받으러 왔다면 못 가겠다며 버텼고, 엄마는 골치가 아픈지 방문을 닫고 나오지 않았다가, 아버지에게 끌려나와 마당에 패대기쳐졌다.
그런 때면 평화롭지 않았다. 차라리 아버지가 없을 때가 나았다. 다행히도 아버지는 하루이틀 뒤에는 노름을 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는지 술상을 거실에 던지고는 돈을 달라고 했다. 엄마를 도우러 찾아온 할머니도 함께 말려보지만 늘 역부족이었다. 돈을 갖고 나가서 다 쓰고 들어올 때까지는 그래도 근심 하나를 덜었다. 어른들의 근심이 더해갈 수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그때 엄마는 깨진 그릇 조각을 주우며 울던 채로 빈센트에게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