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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Sep 19. 2024

어른이 된다는 것

원피스 & 콜라주 with ChatGPT-15%

※ 초고를 쓰고, ChatGPT를 활용하여 퇴고 구상안을 연출하였습니다.
[원피스]신발 벗고 들어가는 음식점은 피하고 싶어서
[원피스]동창회에서 생긴 일 
[원피스]습관적인 위로





#1

동창회에 갈까 말까 망설였다. 생각해 보니, 그곳엔 성공한 동창들이 많았다. 누구는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학자가 되었고, 누구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방송인이 되었다. 나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나 같은 사람이 껴도 될까 싶었다. 그들과 마주 앉아 지금의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자신이 없었다. 더구나 벌써 기부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기부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목적이 항상 순수하지는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어른이 되면, 우리는 어떤 행동에 대해 순수하게만 보지 않게 된다. 어디에서나 보이는 숨어 있는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과거엔 좋은 일은 그저 좋은 일로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그런 순수함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또 어릴 적처럼 아무런 사심 없이 친구가 되는 일은 드물다. 세상은 변해버렸고, 그 속에서 나도 함께 변한 것 같았다.

얼마 전에는 대통령인수위원회에 들어간 동창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소식이 퍼지자 동창들 사이에서는 농담이 돌았다. “우리도 이제 기회가 열리는 건가?” 어른이 되어보니, 농담도 의도를 담고 있다는 걸 느낀다. 동창이 대통령인수위원회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실제로 그들에게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지만, 그런 말 한마디 속에 담긴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정이란 것이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계산적이고 복잡해진 걸까. 어릴 적 우리는 이런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 웃고 떠들고 놀기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운 시절이었다.


그래도 이번 동창회는 중학교 선생님께서 퇴직을 하신다는 이유로 마련된 자리였다. 한 친구가 어렵게 연락처를 수소문해 반 친구들 대부분을 모이게 한 것이었다. 모임 장소는 강남의 어느 고급 일식집이었다. 나는 여전히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다. 그곳에 가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그저 성공한 친구들을 보고 내 위치를 확인하는 일이 되지는 않을까 두려웠다. 그런 개운하지 않은 망설임 때문인지 장소마저도 탐탁지 않았다. 며칠 전에도 같은 망설임이 들었다. 동료들과 회식을 해야 하는데, 장소를 정하는 문제로 한참을 고민했다. 회식 장소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음식점이라면, 나는 그곳이 싫었다. 신발을 벗어야 하는 순간, 나는 내가 신은 양말에 대한 걱정부터 들었다. 혹시나 누군가에게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나진 않을까, 아니면 내가 그 냄새의 주인공일까 하는 생각에 신발을 벗는 식당은 되도록 피하고 싶었다. 그저 간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음식점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사소한 것까지 고민하는 나 자신을 보며, 나는 조금 피곤해졌다.

하지만 어릴 적 친구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았다. 몇 년 만에 얼굴을 보는 것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했다. 그래도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친구와 함께 동창 모임에 나갔다. 그래, 어차피 다들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저, 얼굴이나 한 번 보고 오자는 마음이었다.


일식집에 들어서자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구조였지만, 다행히 바닥이 나무로 되어 있어 깨끗해 보였다. 그래도 신발을 벗는 일은 여전히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어릴 적 추억을 꺼내며 웃었고, 잠시나마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들은 가능한 한 지금의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였다. 초반에는 서로의 근황을 묻는 자리에서 잠깐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지만, 곧 모두가 예전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잘 나가는 친구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었지만, 저마다 근황보다는 과거의 이야기에 머무는 것이 더 편해 보였다. 그런 모임도 있을 수밖에 없었다. 화제가 금방 떨어질 것이 뻔했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과거 속에 머물 수 있는 자리였다.

누군가는 교실의 창가 자리에 앉았던 기억을 떠올렸고, 또 누군가는 그때의 첫사랑 이야기를 꺼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이야기들은 오래된 앨범 속 사진처럼 반짝였다. 그 시절의 우리는 서로에게 친구였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평가하고, 비교하는 대상으로 변해버린 듯했다. 설령 그들은 여전하더라도 그들을 바라보던 나는 그러지 못하고, 어쩐지 위축이 되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결국 그런 건가 싶었다. 그래도 잠시나마 우리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속을 거닐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친구들이 근황 소개를 마치고 한 잔쯤 건배를 들고 선생님이 그동안 학교에서 지냈던 이야기를 들려주던 중에,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며 들어온 친구는 동네 술자리에 나가듯 추레한 점퍼 하나 걸치고 있었다. 그 친구가 나타났을 때, 나는 숨을 멈추고 말았다. 그는 한때 잘나가던 전교 1등이었다. 그를 우리는 '서울대 1순위'라고 불렀다. 얼굴도 말끔하고, 성적도 좋아 모든 동네 아이들의 표준이 되던 친구였다. 그의 부모는 늘 자랑스러워했고, 선생님들조차도 그를 특별하게 대했다. 누구나 그를 부러워했고, 또 동시에 질투했다. 그러나 그의 가족은 고등학교 때 큰 사고를 겪었고,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 때문에 동네 소문이 퍼지면서 결국 이사를 갔다고 했다. 그 이후로는 그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를 우리는 '1순위'라고 불렀다. 그 시절이든 지금이든 서울대 1순위의 학생은 대접받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 별명 뒤에는 부러움과 질시가 섞여 있었다.


문이 닫힐 때 신발 놓인 곳을 넌지시 보니, 그의 신발은 작업화 같았다. 어디선가 일을 하다 온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낡은 점퍼에 작업화 차림으로 나타났고, 누가 보아도 초라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는 자신을 소개할 때 솔직하게 말했다. 

“나, 사업 망했어.” 

그는 자신이 겪은 일을 서슴없이 털어놓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돈을 빌려달라거나 보험을 들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 그의 말은 담백했고, 어쩐지 순수해 보였다. 자신을 숨기지 않는 그런 때가 있기도 하다. 그게 오랜만에 본 동창들과의 자리라니 어색하기도 했겠지만,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진 후로는 그럭저럭 살았어. 서울대는 못 갔지만, 나름 명문대 나왔고, 대기업에 들어가기도 했지. 하지만 내가 사업을 결심하고 나왔다가 출판 사업을 말아먹은 뒤로는 좀 어렵게 살고 있어. 이제야 막 간신히 발 뻗고 잘 수 있을 정도야. 그래서 이 자리에 나오기가 조금 어색했는데, 그래도 선생님을 꼭 한 번 뵙고 싶었어.” 그의 말에 모든 친구들은 조용히 그의 말을 들었다. 그 순간, 누군가가 “잘 왔다”며 웃었다. 친구끼리 그런 게 무슨 문제냐는 듯 말했다. 몇몇이 그 말에 호응했고, 선생님도 반갑다며 그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그 모습은 어딘가 따뜻해 보였다.


분위기는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다시 모두가 각자 가까운 자리의 동창과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이 왔다. 나는 1순위가 내 맞은편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옆에는 요즘 차세대 과학자로 주목받고 있는 동식이가 앉아 있었다. 동식이는 예전에는 조용한 편이었지만, 이제는 먼저 친구들을 챙겨주는 모습을 보였다. 말이 많아진 건지, 아니면 자리를 편하게 생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조금 더 활발해 보였다. 나는 오래 전 동식이와 나눈 이야기를 떠올렸다. 동식이는 자신이 1순위보다 수학을 못한다는 것에 못내 마음이 상해 있었는데, 나는 눈치 없이 무심코 “네가 걔보다는 수학 못 하잖아? 그리고 걔는 전교1등이고”라고 너무 당연한 걸 고민한다는 식으로 말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 동식이가 발끈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 에피소드를 그 자리에선 말하지 못했다. 말하고 싶었지만, 어쩐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동식이는 그때 그 말이 지금까지 미안했는지, 아니면 여전히 그때의 기억이 부담스러웠는지 모르겠지만, 물론 전혀 그럴 리 없고 심지어 기억조차 하지 못하겠지만, 어쨌든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런 때에 1순위가 먼저 웃으면서 동식이에게 말을 걸었다. 

"이젠 친구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것 같다." 

둘은 함께 웃었다. 

"내가 사업 망한 뒤 고시원에 숨어 있을 때, 네가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기사를 봤어. 그때 이런 생각이 들더라. 아이들 세계가 이렇게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그의 말은 담담했지만, 어딘가에 묻어둔 감정이 올라오는 듯했다.

“내가 널 친구라고 사람들에게 말해도 되는 건가?”

1순위가 동식이를 보며 말했다. 

"당연한 것 아니겠냐?" 

동식이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1순위도 맑게 따라 웃었다. 

그러나 어쩐지, 나는 1순위가 그를 친구라고 말하고 다니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여전히 그들의 사이에 있는 ‘그 무언가’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과거의 기억 속에서 머물고 있는 동안, 나는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거리를 느꼈다. 1순위가 그저 동식이의 성공에 대한 부러움이 아닌, 동창들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감정을 떠올렸는지 모르겠다.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나는 생각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국 이런 것인가. 모든 것이 변했고, 사람도 변했지만, 그 변하지 않는 부분 속에서 과거의 이야기를 찾아내려는 것. 그리고 나도 모르게 생각했다. 

'과연,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일까?‘

나는 자꾸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속에 섞인 어색함이 공기를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그 누구도 이 자리에서 진실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모두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가면 뒤에 숨은 채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어릴 적에는 서로의 다름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면서도 인정하고 싶어 하는 미묘한 감정. 어른이 된다는 건 정말로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인 것 같다.


어른이 된다는 건, 결국 자신을 속이지 않는 용기를 갖는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진심을 의심하지 않을 순수함을 유지하는 것일까? 나는 그 대답을 찾지 못한 채, 1순위와 동식이의 대화를 식탁 맞은편에서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생각해버렸다. 

그날 동창회는 그런 질문을 선명히 간직한 채 끝이 났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날 느꼈던 감정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친구란 무엇인가에 대해 나는 여전히 답을 찾고 있었다. 그 답은 아마도, 오랜 시간이 지나도 쉽게 찾아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날 그 자리에 모였던 우리 모두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 아이 때는 그 답을 어른이 되면 알 수 있을 것으로 막연히 믿었으나 그렇지 못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끝없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2

도시의 풍경은 늘 그렇듯 분주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선 위로 새들이 지저귀고, 고층 빌딩의 유리창은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거리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고, 버스 정류장과 횡단보도 앞에는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 손에 커피를 든 채 이야기하는 직장인들, 잰걸음으로 걸어가는 이들이 섞여 있었다. 어느 날처럼 평범해 보이는 이 도시는 그 속에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누군가는 기쁨에 차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오늘 하루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 애쓰고 있을 것이다.

그 도시의 한켠에 자리 잡은 병원은 그들과 다른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병원의 장례식장 앞은 도심의 소음과는 또 다른, 묘한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커다란 입구 앞에 놓인 검은 현수막과 조화들이 그곳이 어떤 장소인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한참을 울먹이다 울음을 삼키는 사람, 서둘러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는 사람, 그리고 그저 멍하니 서서 생각에 잠긴 이들도 있었다. 저마다의 감정을 안고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은 침울했다. 그곳에는 삶의 끝과, 또 다른 시작이 공존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장례식장 앞 광장에는 검은 정장을 차려입고 고개를 숙인 사람들이 몇몇 모여 있었다. 한참 동안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들 중 몇은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하며 애써 침착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고, 다른 몇몇은 짧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들은 오랜 친구 사이였다. 한 친구가 먼저 도착해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오는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들은 동창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였지만, 그 만남의 배경은 그리 기쁘지만은 않았다. 친구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병원의 장례식장으로 모이기로 했다. 대개는 각자의 삶을 사느라 자주 연락을 주고받지 못했지만, 이런 경조사 소식에는 빠르게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오늘, 그들은 그렇게 모여들었다.

친구들은 하나둘씩 빈소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 멈춰 섰다. 들어가기 전의 그 순간은 언제나 어색하다. 아무리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도 빈소 앞에서는 환하게 웃을 수 없고, 그렇다고 너무 엄숙하게 맞이할 수도 없는 법이다. 그래서 그들은 짧은 눈인사와 손짓으로 서로를 맞이했다. 한 친구는 뒤늦게 도착하더니, 급하게 걸음을 옮겨 그 무리에 합류했다. 그들 모두는 각기 다른 생각과 감정을 안고 있었다.

도착한 친구들 중 일부는 흰 셔츠에 검은 넥타이까지 차려입었지만, 또 다른 친구는 비교적 캐주얼한 차림이었다. 그는 어색한 듯 고개를 돌려 다른 이들의 차림을 살피곤,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간이 애매해서 그냥 바로 왔어." 

다른 친구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 모두가 서로의 상황을 짐작하며, 또 각자 바쁜 일상에서 잠시 짬을 내 이곳에 온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장례식장 앞에서는 가끔 서로를 의식하기도 했다. 누구는 깔끔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반짝이는 검은 구두를 신었고, 누구는 상대적으로 편안한 옷차림으로 신발장 앞에서 신발을 벗으며 들어가고 있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순간, 그들은 잠시 어색함과 묘한 동질감을 동시에 느꼈다. 빈소라는 공간은 누구에게나 엄숙한 자리이지만, 그 안에서 오랜 친구를 만난다는 것에는 또 다른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차례차례 신발을 벗고, 빈소로 들어갔다. 빈소 안은 낮은 조명과 향이 가득했고, 중앙에는 조문객들이 절을 하며 고인을 기리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다시 한번 짧은 눈인사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다. 잠시 말을 잃은 채, 그들은 빈소의 공기에 녹아들어갔다. 한참을 돌아보지 않았던 얼굴들을 보며, 그들은 묵묵히 그들의 자리를 찾아갔다.

각자 조용히 절을 올리며, 그들 마음속에는 여러 생각이 오갔다. 애도의 감정이 섞여 있었지만, 동시에 그들에게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재회가 주는 안도감도 있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잘 지냈냐"는 인사를 건네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빈소에 오는 길에서의 복잡한 도시의 풍경은 이제 잠시 그들의 시야에 있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이 순간, 이 공간 안에서 함께 있었다.

빈소의 문을 나서기 전, 그들은 잠시 더 머물렀다. 몇몇은 급한 일이 있다면서 예를 갖춘 뒤로 바로 신발을 신고 자리를 떴지만, 대개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들은 어쩌면 이곳을 떠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잠시 주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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