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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Sep 10. 2024

신발짝처럼 걷는 인생

원피스 & 콜라주 with ChatGPT-65%

※ 세부 구상안을 토대로 ChatGPT를 활용하여 연출하였습니다. 
[원피스]신발짝
[원피스]신발 끈이 풀렸다
[원피스&삼행시]우리의 냄새와 무게를 감당하는





#1. 삶은 고되고 또 고되므로

늦가을이 시작되려는 10월 말이라 야간의 사무실 안은 한기가 돌았다. 회색 조명 아래 책상들이 줄지어 있었고, 각자의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모니터 화면에만 눈을 고정하고 있었다. 남자의 책상 위에는 마감 시간을 훌쩍 넘긴 프로젝트 서류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컴퓨터의 팬 소리는 조금씩 더 커져갔고, 서류 더미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손목이 아려오고, 눈은 침침했다. 옆자리의 동료는 이미 피로에 지쳐 반쯤 눈을 감고 있었다. 

창밖에는 밤이 깊어져 가고 있었다. 바깥의 네온사인은 무심하게 빛나고, 차들은 드문드문 지나갔다. 고요한 도시의 소음이 희미하게 사무실로 흘러들어왔다. 남자는 커피 한 잔을 들고 커피 머신 옆에 서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누군가의 피곤한 한숨 소리가 사무실 어딘가에서 들려왔다. 그의 머릿속에는 반복되는 야근과 끝나지 않는 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무실의 공기는 여전히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자꾸 풀리는 신발 끈을 다시 매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 손에는 커피잔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점점 머리가 헛돌아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허리도 아프고 잠시 잠도 깰 겸 일어서서 복도로 나가며, 몇 번이나 시계를 보았다. 새벽 2시였다. 


어쩌다 보니 남자는 또 야근이었다. 회사에서 야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일이 많아진 것도 아니고, 무언가 새로 배울 것도 없는 그런 나날이었다. 그냥 남은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팀장은 눈도 안 마주친다. 누가 뭐라 하든, 입에서 나오는 말은 지루한 잔소리뿐이었다.

“어째 니는 지치지도 않나? 어저께부터 밤샘 하지 않았나? 와, 니 진짜. 남자다.”

그가 혼자 사무실에서 끌리는 슬리퍼를 신고 걸어 다니자마자, 팀장의 말이 다시 들려왔다.

자신도 알았다. 그의 몸에서 나오는 피로의 냄새는 점점 진해졌고, 숨길 수도 없었다. 구두 대신 슬리퍼를 신은 채, 머리를 며칠 감지 않았다. 이미 머릿속에선 집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이 고된 노동 환경에서, 출구는 없었다. 당장 월세와 생활비만으로도 빠듯했다. 빚도 조금 남았다. 

남자는 고개를 돌려 사무실을 바라봤다. 그는 피로에 젖어 있었다. 여름이 지나가고 약간은 싸늘한 밤에 땀이 냄새가 날 만큼 심하게 날 리는 없었다. 그럼에도 냄새가 난다고 했다. 어디서 나는 냄새인지 모를 만큼 이미 익숙해진 냄새였다. 그런 냄새가 있다고 생각이 들 때마다 어쩐지 양말은 이미 축축했고, 발바닥은 저려왔다. 지금 당장 집에 가서 잠을 자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처리해야 할 서류는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옆자리 동료는 벌써 기운이 다 빠져 의자에 기대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이지 쉬어야겠다. 연차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쉬어야 했다. 동료들 눈치가 보인다고 해도, 이미 다들 눈치를 보며 연차를 쓴 뒤였다. 

마지막 문서를 저장하고 컴퓨터를 끄면서, 그는 혼잣말을 했다. 

"이게 끝나면 정말 한숨 돌릴 수 있겠지." 


물론 그 말은 사무실의 허공에서 흩어질 뿐이었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을 끌어 신었다. 더 이상 슬리퍼로 버틸 수 없었다. 푹신한 슬리퍼에서 구두로 바꿔 신는 순간, 발끝이 조여오는 느낌이 다시 그를 짓눌렀다. 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별다른 수가 없었다. 그저 묵묵히 걸어 나갔다. 걸어 나가야 했다.

밖으로 나와 차가운 밤공기를 마시며, 남자는 야근의 끝을 알리는 듯한 서늘함을 느꼈다. 그 서늘함이 마음의 평화는 아니었다. 그저, 피로와 함께 그의 발걸음을 더 무겁게 만들 뿐이었다.



#2. 이 삶의 길고 긴 야근이 끝나기를 바라면서

늦가을이 시작되려는 10월 말이라 야간의 사무실 안은 한기가 돌았다. 사무실의 회색 조명은 여전히 강하게 켜져 있었고, 책상들이 줄지어 있는 풍경은 차갑고 건조했다. 각자의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모니터 화면에만 눈을 고정하고 있었다. 사무실 한쪽 구석에는 복사기가 쉬지 않고 돌아가며 끊임없이 종이를 쏟아냈고, 그 소리가 정적을 깨뜨리는 유일한 소음이었다. 남자의 책상 위에는 마감 시간을 훌쩍 넘긴 프로젝트 서류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서류더미 속에서 그는 손목이 아려오는 것을 느끼며 마우스를 움직였다. 컴퓨터의 팬 소리는 조금씩 더 커져가고, 화면 속 파일들은 끝없이 열리고 닫혔다. 한 문서를 저장하면 곧바로 다른 문서를 열어야 했고,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서류더미가 그의 정신을 짓누르고 있었다. 피로가 몸을 누르고, 눈은 점점 침침해졌다. 옆자리의 동료는 이미 피로에 지쳐 반쯤 눈을 감고 있었다. 피곤한 몸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는 의자에 기대어, 그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었다.

창밖에는 밤이 깊어져 가고 있었다. 그 깊어진 밤의 한기는 점점 사무실 안으로 스며들어 왔다. 도시의 불빛은 네온사인처럼 강하게 빛나고 있었고, 간간이 차들이 도로를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로 위에 줄지어 선 차들은 피곤한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향하고 있을 터였다. 고요한 도시의 소음이 희미하게 사무실로 흘러들어오며 어쩐지 위화감을 느끼게 했다. 사무실 안의 차가운 공기와 어울려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남자는 자주 풀리는 신발 끈을 다시 매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커피 머신 옆에 서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멀리 보이는 불빛과 움직이는 차들을 보면서, 그는 자신의 위치가 얼마나 고립된 곳인지 새삼 실감했다. 누군가의 피곤한 한숨 소리가 사무실 어딘가에서 들려왔다. 그 한숨 소리는 마치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것만 같았다. 머릿속에는 반복되는 야근과 끝나지 않는 일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창가에 기대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커피는 이미 식어 있었다. 쓴맛만 강하게 남아 있을 뿐, 그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만한 위로는 되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를 넘기고 있었다. 그는 몇 번이나 시계를 쳐다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사무실의 공기는 여전히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어둠 속에서 그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을 마무리 짓지 않으면 내일이 더 고통스러울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남자는 또 야근이었다. 회사에서 야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일이 많아진 것도 아니고, 무언가 새로 배울 것도 없는 그런 나날이었다. 하루하루가 반복되고, 그 속에서 그는 조금씩 마모되고 있었다. 팀장은 그를 피하듯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에게 주어지는 건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잔소리뿐이었다. 

"어째 니는 지치지도 않나? 어저께부터 밤샘 하지 않았나? 와, 니 진짜. 남자다." 

그가 혼자 사무실에서 슬리퍼를 신고 끌며 걸어 다니자, 팀장의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울렸다. 그의 말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고, 그저 일을 해내라는 명령일 뿐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 나오는 피로의 냄새는 점점 진해졌고, 숨길 수도 없었다. 구두 대신 슬리퍼를 신은 채, 머리를 며칠 감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머릿속은 이미 피로와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었고, 지금 당장 집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휘저으며 이리저리 생각했다. 이 고된 노동 환경에서 출구는 없었다. 당장 월세와 생활비만으로도 빠듯했다. 빚도 조금 남아 있었다. 그런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곳에서 탈출할 방법은 없었다.

남자는 고개를 돌려 사무실을 바라봤다.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쉬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은 그의 시선을 붙잡았다. 모두가 피로에 젖어 있었다. 더 이상 집중하지 못하는 눈빛, 구부정한 어깨, 텅 빈 얼굴. 피로가 쌓여가면서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게 된다. 여름이 지나고 약간은 싸늘한 밤에 땀이 날 리는 없었지만, 그에게는 이미 익숙해진 냄새가 났다. 양말은 축축했고, 발바닥은 저려왔다. 발을 바닥에 붙이고 있으면 피곤이 온몸에 퍼져나가는 듯했다. 지금 당장 집에 가서 잠을 자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서류들은 그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동료들은 거의 다 기운이 빠져가고 있었다. 의자에 기대어 졸거나, 자주 일어났다 앉기를 반복하며 허리를 풀어보려 했지만, 모든 몸짓이 무거워 보였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남자는 생각했다. 이제는 정말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차라도 써야 했다.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쉬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동료들 눈치가 보인다고 해도, 이미 다들 눈치를 보며 연차를 쓴 뒤였다. 더는 미룰 수 없었다.

마지막 문서를 저장하고 컴퓨터를 끄면서, 그는 혼잣말을 했다. 

"이게 끝나면 정말 한숨 돌릴 수 있겠지." 


그 말은 사무실의 허공에서 흩어질 뿐이었다. 자신의 목소리조차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을 끌어 신었다. 더 이상 슬리퍼로 버틸 수 없었다. 푹신한 슬리퍼에서 구두로 바꿔 신는 순간, 발끝이 조여오는 느낌이 다시 그를 짓눌렀다. 구두는 그의 발을 강하게 조였고, 그의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그는 그저 묵묵히 걸어 나갔다. 걸어 나가야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밖으로 나와 차가운 밤공기를 마시며, 남자는 야근의 끝을 알리는 듯한 서늘함을 느꼈다. 그 서늘함이 마음의 평화는 아니었다. 그저, 피로와 함께 그의 발걸음을 더 무겁게 만들 뿐이었다. 그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었고, 피로는 그의 마음속 깊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었다. 그리고 또다시 그의 신발을 움직였다. 이 삶의 길고 긴 야근이 끝나기를 바라면서.



#3. 삶이 고되고 또 고될지라도

늦가을이 시작되려는 10월 말이라 야간의 사무실 안은 한기가 돌았다. 사무실의 회색 조명은 여전히 강하게 켜져 있었고, 책상들이 줄지어 있는 풍경은 차갑고 건조했다. 각자의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모니터 화면에만 눈을 고정하고 있었다. 사무실 한쪽 구석에는 복사기가 쉬지 않고 돌아가며 끊임없이 종이를 쏟아냈고, 그 소리가 정적을 깨뜨리는 유일한 소음이었다. 복사기의 경박한 소리가 끊임없이 귀에 맴돌았지만, 남자는 이젠 그것조차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저 그런 소음들이 사무실의 외로운 침묵을 덜어주는 유일한 위안거리라는 생각만 들었다.

남자의 책상 위에는 마감 시간을 훌쩍 넘긴 프로젝트 서류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사방에는 무거운 기운이 가득했고, 남자는 서류더미 속에서 손목이 아려오는 것을 느끼며 마우스를 움직였다. 컴퓨터의 팬 소리는 조금씩 더 커져가고, 화면 속 파일들은 끝없이 열리고 닫혔다. 모니터의 빛은 눈을 찌르듯 강하게 빛났고, 남자는 여러 번 눈을 깜빡이며 피로를 떨쳐보려 했다. 한 문서를 저장하면 곧바로 다른 문서를 열어야 했고,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서류더미가 그의 정신을 짓눌렀다. 그는 팔꿈치를 책상에 얹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피로가 그의 몸을 누르고, 눈은 점점 침침해졌다. 옆자리의 동료는 이미 피로에 지쳐 반쯤 눈을 감고 있었다. 피곤한 몸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는 의자에 기대어, 동료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었다.

창밖에는 밤이 깊어져 가고 있었다. 그 깊어진 밤의 한기는 점점 사무실 안으로 스며들어 왔다. 도시의 불빛은 네온사인처럼 강하게 빛나고 있었고, 간간이 차들이 도로를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로 위에 줄지어 선 차들은 피곤한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향하고 있을 터였다. 남자는 창밖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사무실 내부의 차가운 공기와 어울려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창밖의 세계는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었지만, 이 안은 이미 무언가가 고여버린 듯 답답했다.

그는 자주 풀리는 신발 끈을 다시 매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커피 머신 옆에 서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멀리 보이는 불빛과 움직이는 차들을 보면서, 그는 자신의 위치가 얼마나 고립된 곳인지 새삼 실감했다. 그곳엔 온기가 있었고,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반면, 이곳은 침묵과 한기 속에서 고립된 섬과 같았다. 누군가의 피곤한 한숨 소리가 사무실 어딘가에서 들려왔다. 그 한숨 소리는 마치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것만 같았다. 머릿속에는 반복되는 야근과 끝나지 않는 일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창가에 기대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커피는 이미 식어 있었다. 쓴맛만 강하게 남아 있을 뿐, 그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만한 위로는 되지 않았다. 커피는 더 이상 그에게 각성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입안의 쓴맛만 더했다. 그는 몇 번이나 시계를 쳐다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새벽 2시를 넘기고 있었다. 시간은 무한정 늘어나는 것 같았다. 이제 더 이상 일에 집중할 수도 없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사무실의 공기는 여전히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어둠 속에서 그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을 마무리 짓지 않으면 내일이 더 고통스러울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남자는 또 야근이었다. 회사에서 야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일이 많아진 것도 아니고, 무언가 새로 배울 것도 없는 그런 나날이었다. 하루하루가 반복되고, 그 속에서 그는 조금씩 마모되고 있었다. 반복되는 업무와 피로가 겹치면서 그는 점점 기계적으로 변해갔다.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팀장은 그를 피하듯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에게 주어지는 건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잔소리뿐이었다. 

"어째 니는 지치지도 않나? 어저께부터 밤샘 하지 않았나? 와, 니 진짜. 남자다." 

그가 혼자 사무실에서 슬리퍼를 신고 끌며 걸어 다니자, 팀장의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울렸다. 그의 말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고, 그저 일을 해내라는 명령일 뿐이었다. 그 말 속에 어떤 의미도 없었다. 그저 그의 피로를 더 짓누를 뿐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 나오는 피로의 냄새는 점점 진해졌고, 숨길 수도 없었다. 구두 대신 슬리퍼를 신은 채, 머리를 며칠 감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머릿속은 이미 피로와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었고, 지금 당장 집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휘저으며 이리저리 생각했다. 이 고된 노동 환경에서 출구는 없었다. 당장 월세와 생활비만으로도 빠듯했다. 빚도 조금 남아 있었다. 그런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곳에서 탈출할 방법은 없었다. 야근을 멈추면 그다음은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랐고, 더 나아질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남자는 고개를 돌려 사무실을 바라봤다.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쉬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은 그의 시선을 붙잡았다. 모두가 피로에 젖어 있었다. 더 이상 집중하지 못하는 눈빛, 구부정한 어깨, 텅 빈 얼굴. 피로가 쌓여가면서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게 된다. 언젠가부터 이곳은 사람들의 얼굴이 흐릿해지는 곳이 되었다. 여름이 지나고 약간은 싸늘한 밤에 땀이 날 리는 없었지만, 그에게는 이미 익숙해진 냄새가 났다. 양말은 축축했고, 발바닥은 저려왔다. 발을 바닥에 붙이고 있으면 피곤이 온몸에 퍼져나가는 듯했다. 지금 당장 집에 가서 잠을 자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서류들은 그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동료들은 거의 다 기운이 빠져가고 있었다. 의자에 기대어 졸거나, 자주 일어났다 앉기를 반복하며 허리를 풀어보려 했지만, 모든 몸짓이 무거워 보였다.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언제 끝날까.' 남자는 그들이 흘리는 피로의 냄새를 느끼며 자신이 얼마나 비참한지 실감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남자는 생각했다. 이제는 정말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차라도 써야 했다.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쉬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동료들 눈치가 보인다고 해도, 이미 다들 눈치를 보며 연차를 쓴 뒤였다.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아무리 돈이 필요해도, 이렇게는 더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마지막 문서를 저장하고 컴퓨터를 끄면서, 그는 혼잣말을 했다. 

"이게 끝나면 정말 한숨 돌릴 수 있겠지." 


그 말은 사무실의 허공에서 흩어질 뿐이었다. 자신의 목소리조차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을 끌어 신었다. 더 이상 슬리퍼로 버틸 수 없었다. 푹신한 슬리퍼에서 구두로 바꿔 신는 순간, 발끝이 조여오는 느낌이 다시 그를 짓눌렀다. 구두는 그의 발을 강하게 조였고, 그의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그는 그저 묵묵히 걸어 나갔다. 걸어 나가야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밖으로 나와 차가운 밤공기를 마시며, 남자는 야근의 끝을 알리는 듯한 서늘함을 느꼈다. 그 서늘함이 마음의 평화는 아니었다. 그저, 피로와 함께 그의 발걸음을 더 무겁게 만들 뿐이었다. 그는 천천히 길을 따라 걸었다. 어두운 거리는 마치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듯 고요했다. 그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었고, 피로는 그의 마음속 깊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었다. 그리고 또다시 그의 신발을 움직였다. 이 삶의 길고 긴 야근이 끝나기를 바라면서. 내일이 오기 전까지, 그는 걸어야 했다. 걸어야만 했다. 그게 지금의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리고 그의 뒤로 밤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어느덧 어둠 속에서 새벽의 기운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알았다. 이 새벽이 그를 어디로 이끌지, 그 끝이 어딘지 모른 채 걷고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그 길고 고된 여정 속에서, 희망이란 단어는 그의 사전에서 이미 사라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알았다. 그가 멈추지 않는 한, 아직 끝이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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