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1
도읍 성경의 구약동은 죽음 같은 정적 속에 잠겨 있었다. 길거리마다, 건물 사이마다 기묘한 긴장이 번져갔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았고, 공기는 숨이 막힐 듯 짙고 무거웠다. 도시는 마치 커다란 숨을 들이마시고 숨을 멈춘 것처럼, 기다림 속에서 떨리고 있었다. 마치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모든 것이 멈춰 있었다. 길가에는 수많은 구약의 말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몇 마리만 신음하며 바닥에 눌어붙어 토사물을 뱉어내던 그 초기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는 온 거리가 지독한 악취와 기괴한 비명으로 가득했다. 말들이 종이 위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다 다시 지면에 미끄러져 내렸다. 종이에 담긴 말들은 종종 현실이 되곤 했다. 성경은 말의 힘과 말의 기적으로 살아가는 곳이었으므로, 말의 저주도 있기 마련이었다. 말이 종이 바깥으로 나오는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마치 무언가를 간절히 부정하려는 듯 발버둥 쳤지만, 결국 고꾸라져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곳곳에 쓰러진 수많은 구약의 말 중 어떤 말은 숨을 쉬는 것도 아닌 듯 조용히 널브러져 있었다. 그 몸뚱이는 무겁게 가라앉았고, 그중 어떤 말들은 지친 듯이 헐떡이며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말들의 눈은 반쯤 풀려 있었고, 그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고통이 서려 있었다. 때때로 그들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꿈틀대면, 낡은 돌바닥에서 마찰음이 났다. 그 육중한 숨소리는 거리에 퍼져 메아리처럼 울렸다. 그들의 갈라진 입가로는 거품이 조금씩 흘러내렸다.
말들이 한 마리씩, 두 마리씩 고꾸라질 때마다 그들의 눈은 점점 더 흐릿해졌다. 구약의 말들은 살아 있는 존재처럼,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땅에 몸을 묻어가고 있었다. 말들은 토사물을 흩뿌리며 마지막 숨을 몰아쉬었고, 눈동자는 고통에 일그러지며 풀려갔다. 마치 구약동 전체가 말들의 곤경에 대한 거대한 무덤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곳곳에서 역병의 징후가 뚜렷이 드러났다. 도시의 중심, 성문 주변에는 말들의 시체가 잔뜩 쌓여 있었다. 무너진 성문 사이로 몇몇 말들은 아직도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려 애썼고, 그러다 지면에 고꾸라지며 목을 꺾었다. 이내 그들의 눈은 점점 더 멀어져갔고, 숨은 끊어졌다. 거리에는 피 냄새와 썩은 살의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사람들은 그 냄새에 코를 막았고, 말을 잡아끌며 멀리 도망가려 했지만, 피어오르는 역병의 기운은 더욱 강력하게 도읍을 휘감고 있었다. 말들이 쌓여 있는 거리마다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그 위로 얇은 잿더미와 붉은 핏자국이 교차하며 길을 더럽혔다. 누구도 도읍을 제대로 걷지 못했고, 말들의 축 늘어진 몸뚱이가 발길을 잡아당겼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에 휘말렸는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고, 마침내 말들의 사체와 증오로 물든 도읍 성경은 어둡고 불길한 공간이 되었다. 공기는 무거웠고, 그 속에서 살아 있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모든 것이 말라붙고 파괴된 듯한 느낌이 들었으며, 말들의 마지막 고통스러운 발작이 도시의 소리 없는 울부짖음으로 남아 있었다. 구약동의 도읍은 끝없이 침묵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도시는 고요 속에서 점점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문을 꼭 닫고 창문 너머로 어두운 눈빛을 흘리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누구 하나 감히 문을 열고 나오지 못한 채, 바깥에서 벌어질 일들을 숨죽여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먼지와 모래알이 길가에 흩뿌려져 있었지만, 그마저도 움직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길 위의 모든 것이 가라앉아 있고, 그 고요함 속에서 불쾌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어디에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것만으로도 차갑고 긴 음울한 기운이 공중을 가르며 퍼져 나갔다.
길모퉁이에는 오래된 가게의 간판이 삐걱거리며 흔들렸고, 그 작은 소리마저 마치 커다란 종이 울리는 것처럼 길게 메아리쳤다. 누군가 창문을 닫는 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는 단절된 고요 속에서 울컥하고 터져 나와, 그 공기의 무게에 매달려 바닥까지 떨어지는 듯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숨을 삼키며 다시 침묵 속으로 몸을 웅크렸다.
구약의 말들은 길바닥에 찌들린 몸을 뒤척였다. 도심을 관통하는 길목마다 잔뜩 웅크린 구약의 말들이 잔뜩 눌려 있었다. 그 사소한 움직임조차 도시의 고요를 어지럽히고, 그로 인해 더욱 깊은 정적이 밀려들었다. 말들이 거칠게 숨을 몰아쉴 때마다, 그 소리가 바닥을 타고 퍼져 나갔다. 어느 순간, 말들이 가슴을 크게 부풀리며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소리가 마치 땅 밑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것처럼 들렸다. 그 숨소리는 점점 더 빠르게, 더 거칠어졌다.
공기는 무겁고 끈적였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침묵은 조용함 그 자체라기보다는 오히려 무언가가 곧 일어날 것 같은 숨 막히는 예감을 주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 무게에 눌려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창문 너머로 서로의 얼굴을 살피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마치 모든 것이 동시에 터질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처럼.
먼 곳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몇몇 사람들은 황급히 창문을 닫고는 안으로 숨어들었다. 누군가의 가벼운 기침 소리도 흠칫 놀라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고, 다른 이들은 그 기침 소리가 멎을 때까지 조용히 숨을 죽였다. 하늘은 잔뜩 흐리고, 그 아래에 펼쳐진 성경의 도읍은 무거운 기운으로 눌려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도시를 짓누르며, 사람들은 마치 도망갈 틈을 찾으려는 것처럼 벽 쪽으로 몸을 기댔다.
성경의 골목과 골목 사이에 그늘이 더 짙어졌다. 발끝에 힘을 주며 지나가던 이들도 결국엔 멈춰 섰다. 누가 먼저라도 한 마디를 뱉으면 그 소리로 인해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질 것만 같았다. 그저 고요 속에서, 그러나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균형을 유지하며, 성경의 도읍은 마치 팽팽히 당겨진 현처럼 긴장 속에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