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3
구약동의 도읍 성경은 이제 더 이상 평온을 찾을 수 없는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죽어가던 말들이 어느새 되살아나 기괴한 모습으로 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말들은 부서진 듯한 관절로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네 발로 걷던 모습에서 두 발로 서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은 휘청거리며 흔들렸고, 불안정하게 균형을 잡았다. 처음 사람들은 이 이상한 광경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곧 공포의 시작이었다.
말들의 눈은 인간의 눈과는 다른, 깊고도 어두운 번뜩임을 지니고 있었다. 그 눈동자는 이상하게도 사람을 똑바로 응시하며, 깊은 적의와 광기를 담고 있었다. 그들의 입에서는 흉측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는 말의 울음소리와 인간의 말이 섞인 듯한 기괴한 소리로,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사람들의 피가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죽여버리겠다!"
그들의 목구멍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것은 비명과도 같았다. 말이 쉰 목소리로 저주를 퍼부었다. 목이 짧은 인간처럼 으르렁거리는 말의 입가에는 피와 거품이 흘러내렸다. 말들은 비틀거리며 두 발로 걸어다녔다. 그들의 움직임은 매끄럽지 않았고, 마치 속이 비틀린 인형처럼 뒤틀렸다. 그들은 고통스러워 보였으나 그 고통이 오히려 공격성을 더 자극하는 듯했다. 어느 순간 한 마리의 말이 사람 무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입에서는 끈적한 거품이 흘러내렸고, 말은 두려움 없이 걸음을 내디뎠다. 그들은 몸집이 큰 사람을 피해 걷는 대신, 거리를 비틀거리며 뚜벅뚜벅 다가와 머리를 치켜들었다. 가까이서 보면 말의 눈동자는 인간의 감정이 깃든 듯 일그러져 있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한 여인이 뒤돌아 도망치려던 순간, 말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말은 몸을 움켜쥔 듯한 두 발로 뚜벅뚜벅 다가오더니, 입을 크게 벌리고 그녀의 목덜미를 향해 뛰어들었다. 여인은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고, 말의 거대한 이빨이 그녀의 머리에 박혔다. 피가 튀면서 그녀의 비명이 거리를 가로질렀다. 말은 그녀의 머리를 물어뜯으며 고개를 마구 흔들었고, 울부짖음과 함께 검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어 나왔다. 말은 여인을 물어뜯고, 잔혹하게 씹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경악한 채 뒷걸음질 쳤다.
"이래도 나를 보고 비웃느냐?"
말은 인간의 언어로 욕설을 퍼부었다. 누군가 소리를 질렀지만, 그 소리마저 말들의 저주로 묻혀버렸다. 그 순간 또 다른 말이 저쪽에서 두 발로 걸어와, "죽어라! 이 더러운 것들아!"라고 쉰 소리로 소리쳤다. 그 말은 사람의 말과 같았으나 어딘가 미묘하게 왜곡된 말이었다. 그 말의 혀는 갈라져 있었고, 입에서 피고름이 흘렀다.
그 광경을 본 다른 말들도 점점 더 날뛰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를 밀치고, 거리의 물건들을 부수며 무작정 돌진했다. 그들의 두 발은 인간처럼 걷지만, 그들의 본능은 여전히 짐승에 가까웠다. 어느 말은 벽을 부수고 몸을 밀어 넣었고, 또 다른 말은 무리를 향해 날카로운 울부짖음을 내질렀다. 그들 사이로, 불길한 침묵을 깨는 인간의 비명과 울음소리가 교차했다.
한 남자가 몽둥이를 들고 말들을 향해 휘둘렀지만, 그 순간 한 마리가 기민하게 돌진하여 그의 가슴을 발로 찼다. 그는 공중으로 날아가듯 뒤로 쓰러졌고, 말의 강력한 다리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말은 그의 위로 올라타 그의 목을 물어뜯었다. 그들의 눈은 인간의 살점을 물어뜯고자 하는 광기로 가득 차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두려움에 질려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거리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말들이 길바닥을 헤집고 다니며 건물 사이로 달려드는 동안, 성경의 도읍은 점점 더 깊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말들의 광기와 인간의 공포가 뒤엉켜, 도시는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아수라장이 되어 갔다. 그들의 두 발로 걷는 불안정한 모습이 더욱 기괴하고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성경의 도읍은 이제 더 이상 인간의 도시가 아니었다.
거리는 말들의 기괴한 웃음소리와 사람들의 절규가 뒤섞여 점점 더 지옥으로 변해갔다. 피비린내와 뼈가 부러지는 소리, 그리고 말들의 저주와 비명이 도처에서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