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4
성문은 덜컹거리며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떨렸다. 이따금 큰 충격이 닥칠 때마다 문 전체가 휘청거렸고,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했다. 불안감이 공기처럼 퍼져 나갔다. 문 너머에서는 마치 쇠사슬을 끊으려는 듯한 거대한 힘이 느껴졌고, 사람들은 그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조심스레 물러섰다. 그러나 일부는 호기심에 이끌려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성문이 부서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성문 안에서 무언가가 끊임없이 부딪히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올 때만 해도, 바깥의 사람들은 어째서 낮 시간대에 성문이 닫혀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이상하다고 투덜거릴 뿐이었다. 그러나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오자 사람들은 무언가 변고가 생겼음을 직감했다. 누군가는 성 안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고 수군거렸고, 다른 누군가는 혹시 적의 습격이 아니냐며 두려워했다.
그리고 마침내, 성문이 조금씩 벌어지며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마치 성 자체가 신음하는 것처럼 섬뜩하게 들려왔다. 피하려는 사람들과 계속 지켜보려는 사람들 사이의 긴장감이 극에 달할 무렵, 성문은 폭발하듯이 산산이 부서져 날아갔다. 강렬한 불길과 함께 커다란 충격파가 몰아치며 그곳을 덮쳤고,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재빠르게 몸을 피하며 혼란에 빠졌다.
성문 안에서 나온 것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타고 다니던 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변해 있었다. 더 이상 평범한 말들이 아니었다. 그들의 눈에는 섬뜩한 광기가 서려 있었고, 입에서는 붉은 피거품을 내뱉으며 혀를 날름거렸다. 그들은 두 발로 비틀거리며 걸어 나와, 사람의 목소리로 온갖 저주를 퍼부었다.
사람들이 멀리서 보기에도, 조분문 밖으로 뛰쳐나온 말들은 단순히 돌연변이 짐승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마치 무언가에 대한 복수심이 서려 있는 듯했다. 그러더니 이내 사람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말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물어뜯기 시작하자, 그 고통과 두려움에 더 많은 비명이 뒤섞였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말들에게 물린 사람들은 처음에는 극심한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들의 상처는 순식간에 검붉게 변하며 썩어들어 갔고, 찢어진 살점에서 증기가 피어올랐다. 비명은 점점 더 높아졌고, 마치 몸이 갈라지고 부서지는 듯한 괴성이 울려 퍼졌다. 주변 사람들은 그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놀라움과 공포에 얼어붙었다.
이내, 그 고통의 비명은 점점 더 기괴한 소리로 바뀌었다.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그들은 말의 울음과도 같은 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간의 목소리와 섞여 있었지만, 점차 말의 울부짖음이 우위를 점했다. 그들의 눈동자는 마치 뒤집힌 듯 하얗게 변하고, 이성을 잃은 듯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몸부림쳤다. 입에서는 하얀 거품이 피어오르며, 몸 전체가 경련을 일으켰다. 그들 속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마치 인간이 아닌 어떤 다른 생물로 변해가는 속성 과정처럼 보였다.
그리고 갑자기, 그들은 조용해졌다. 잠시의 정적이 흘렀다. 모든 이들이 숨을 멈추고 그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을 때, 그들은 다시 천천히 일어났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이전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의 몸짓은 삐걱거리며 비틀거렸고, 머리는 기묘한 각도로 돌아갔다. 입에서는 저주 섞인 말이 흘러나왔다. 말의 울부짖음과 인간의 목소리가 뒤섞인, 고통과 분노가 뒤엉킨 그 소리는 듣는 이들의 정신을 갉아먹었다.
그들은 눈앞에 있는 사람들에게로 달려들었다. 눈이 돌아간 채 비명을 지르는 그들은 더 이상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은 온몸으로 돌진하며 이빨을 드러냈고, 순식간에 사람들의 살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피가 뿜어져 나오는 가운데, 물린 사람들도 이내 동일한 광기에 빠져들며 또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조분문 앞은 점점 더 끔찍한 광경으로 변해갔다.
서로를 물어뜯고, 비명을 지르며, 손과 발을 휘두르는 이 혼돈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공포에 질려갔다. 더 이상 적과 아군의 구분이 없었다. 누구든, 한 순간만 방심해도, 곧바로 자신이 공격자가 될지 희생자가 될지 알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어딘가로 도망치려 했지만, 그 광란의 소용돌이는 이미 그들의 발걸음을 잡아먹고 있었다. 말들에게 물린 자들의 기괴한 웃음과 울음, 인간의 것과 동물의 것이 섞인 소리가 공기를 가득 채웠다.
결국, 조분문 앞은 아무 방향도 없이 보이는 대로 서로를 공격하는 지옥도가 되었다. 여기에는 더 이상 인간의 자비나 연민이 존재하지 않았다. 광기와 공포만이 남아, 그들은 서로를 끝없이 갈기고 찢어내며, 악몽의 한복판으로 빨려 들어갔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누구도 안전하지 않은 그곳에서, 사람들은 이제 생존을 위해 서로를 공격하며 처절한 싸움을 시작했다. 도망치려는 자와 맞서 싸우려는 자, 모든 이들의 혼란과 공포가 그곳을 더욱 끔찍한 혼돈의 장으로 만들어갔다. 그 순간, 조분문 앞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람들은 누가 적인지, 누가 동료인지 알 수 없는 혼란 속에서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저주받은 짐승들이야! 저주받은 자들이야!”
한 노인이 겁에 질린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가 외쳤지만, 그 말을 들을 여유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말들은 굶주린 늑대처럼 사람들에게 달려들었고, 사람들은 당황한 나머지 도망칠 길을 찾지 못해 서로 뒤엉켰다. 비명 소리와 함께 피가 튀었고, 수많은 사람이 땅바닥에 쓰러졌다. 죽어가는 사람들 사이로 말들의 히죽거리는 웃음소리가 섞여 들어왔다.
말들에게 물린, 더 많은 사람들은 빠르게 광기에 물들어갔다. 점점 사람에게 물린 사람들과 말들에게 물린 사람을 구별할 수 없었다. 그들 모두 말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비틀거리며 걸었고, 주변의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덤벼들기 시작했다. 더 이상 사람과 말의 경계가 없었다. 함께 싸우던 동료가 갑자기 자신의 팔을 물어뜯는 일도 벌어졌고,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사람들은 더욱더 절망에 빠졌다. 혼란과 공포 속에서, 모든 이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었다. 칼과 창, 돌멩이와 막대기,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무기가 되었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눈앞의 '적'을 공격했다. 그러나 그 적이 진정 적인지, 아니면 그저 잠시 미쳐버린 동료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무자비한 칼질과 함께 피가 튀었고, 이빨이 살을 파고드는 끔찍한 소리가 조분문 앞을 뒤덮었다. 말들이 물어뜯고, 사람들은 말들에게 물린 자들을 공격하며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이 끝없이 이어졌다. 악몽과도 같은 혼돈이었다.
“우리를 구원해줄 자는 없는가!”
누군가가 절규하며 외쳤다. 하지만 그 외침은 이미 광기와 절망에 잠식된 무리 속에 묻혀버렸다. 그 누구도 대답할 수 없었다. 이곳에는 구원이 없었다. 그저 절망과 폭력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조분문은 이제 생존을 위해 끝없는 싸움이 벌어지는 전장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