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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주, 바텀업 방식과 톱다운 방식 (1/2)

스타일 Part2 (34~37F)

by 희원이
글쓰기 외전: 스타일 Part2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27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34~37프레임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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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인터뷰 영상 미편집본: 바텀업 방식과 톱다운 방식


“콜라주 기법에는 두 가지 유형으로 크게 분류했는데, 바텀업 방식과 톱다운 방식이에요. 바텀업 방식은 방금까지 말했던 방식이죠. 우선 각종 콜라주 재료를 모아서 점점 하나의 성과물로 좁히는 거죠. 아래로부터 위로 방향을 잡는다고 해야 할까요. 다양하게 많은 재료로 바탕을 다지고, 차츰 위로 쌓아 올리는 거죠. 단일한 이야기가 나오도록요. 원래 콜라주라고 하면 처음에는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콜라주 재료를 상태를 보고 그 결에 맞게 조합 해체를 반복하면서 결국은 가장 맞는 합을 찾아서 구성해내는 작업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바텀업이야말로 콜라주 방식의 정식이죠. 이런 식으로 미진하거나 탈락한 삼행시들도 포괄적으로 수집하여 해체하고 다른 주요 콜라주 재료와 합을 맞추어 보면서 새롭게 재창작하는 작업을 했어요.

그런데 콜라주 재료가 많아진다거나, 설령 적더라도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야기를 뽑아 내려다 보면 아무래도 완성도 높게 뽑히지는 않았어요. 어쩔 때는 이야기가 갑자기 끝나는 느낌이 든다든지, 어쩔 때는 비약해 버린다든지 여하튼 뭔가 아쉬울 때도 있고요. 물론 처음에는 제목이나 세로글 등으로 직접 인용을 의도하다 보니 삼행시편의 제목을 비중 있게 활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진 않았어요. 그런데 그렇게 잇다 보니, 삼행시편의 내용들을 전시하는 구간에서 너무 제각각으로 튀어 버렸어요. 불규칙하고 불균형하고 부조화한 것을 넘어서 난장판이라 할 수도 있었죠. 독자라면 뭔가 하나의 흐름을 기대하다가 결국 지쳐버렸겠죠. 그냥 창작의 흔적을 즐기면 좋겠지만요.”


“그래도 처음에는 삼행시편을 가급적 풍부하게 쓰려고 했어요. 그렇게 버려질 뻔했던 삼행시편들을 살리려는 시도는 지속되었죠. 미련이 남았던 것이겠죠. 대개 관성 때문일까요? 무언가를 온전히 포기하기 전에는 반드시 원래 계획대로 살려 보려는 노력을 하기 마련인 듯해요. 그러지 않은 냉철한 판단력과 실행력을 지닌 분들도 있겠지만요. 저는 그러지 못했어요. 또 그렇게 기존대로 원 구상의 그림을 유지하며 버티다 보면 새로운 활로가 뚫리기도 하니까요. 원하던 대로든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든요. 어쨌든 당시에는 콜라주를 한다면 마땅히 삼행시편을 풍부하게 쓰는 게 좋다고 여겼죠. 그 원칙에 부합하려고 노력했던 거고요.

삼행시편이 많아질수록 분량 압박에서 벗어나는 게 좋기도 했어요. 늘 바쁜 일상에서 오래도록 글과 씨름하다 보면 계속 맥이 끊겨서 어디론가 표류하고 마는데, 적어도 분량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 자체는 사라지는 것이었으니까요. 당시에는 너저분해진다는 단점조차 장점으로 여겨졌어요. 다시점으로 이야기를 언급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보았거든요.

하지만 제목만으로나 세로글과 병행해서 직접 인용에 가깝게 번호글을 정리하는 것은 한계에 부딪혔죠. 장점으로 보였던 지점이 너저분해진다는 의심도 들었죠. 박스글로 중심을 잡더라도 삼행시편은 그 중심에서 흩어지고 다중적으로 얽히는 방식이 되니까요. 독자로서는 내용의 간결성 명료성 단일성을 기대하는 버릇이 있는데, 전시되는 삼행시편의 이야기가 다시점을 넘어 엉망진창으로 꼬이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거든요. 이런 경우엔 삼행시편을 최소로 줄이는 게 좋죠. 아니면 삼행시편을 마름질해야 했죠. 독자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하도록요. 그래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번호글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했죠. 원래 딱딱하게 콜라주 재료의 문구를 직접 인용에 가깝게 따다 쓰려 했을 때는 가벼운 문구 조합으로 어째서 그런 작품을 선별했는지 알리려는 것이라 했는데, 이때부터는 조금 더 본격적으로 번호글을 채우기 위해 콜라주 재료를 마중물로 삼았던 것이죠.”


“번호글 문장 간 서걱거림도 없애고, 번호글과 삼행시편 간의 연계성을 더 단단히 하려는 목적이었죠. 어느 정도 감당할 숫자 안에서는 가능할 것으로 보았거든요. 그 숫자가 점점 줄어들었던 거고요. 나중에는 다 떼어내는 데까지 합의하고 된 거고요. 그러고 나니 콜라주 재료를 인용하는 것을 포기하는 상황이어서, 처음에는 그토록 꺼려했는데 막상 떼고 나니, 또 그게 자연스럽더라고요. (웃음) 물론 이는 나중 일이에요. 톱다운 방식까지 다 검토한 뒤의 일이니까요.

항상 몰입해서 구상하고 나면, 그것의 어색한 지점과 한계를 발견하였어도 미련이 남곤 했어요. 바로 퇴고하는 게 어렵듯이, 자신이 구상한 계획안을 철회하거나 핵심적인 지점을 부수는 것에도 시간이 필요하죠. 이 경우에도 그랬죠. 그런 시기여서, 활화산처럼 폭발하듯 삼행시 콜라주(줄여서 ‘삼콜’)의 다양한 가능성을 조합해 보았어요.

아직 삼행시 콜라주를 가장 유력한 스타일로 여겼던 당시에는 번호글을 채우기 위해 삼행시 문구를 토대로 하되, 조금 더 과감하게 번호글만의 내용으로 전진한 것이죠. 자연스러운 내용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의도한 거죠. 그랬더니 오히려 삼행시가 많으면 곤란해지더라고요. 번호글의 분량을 늘리는 것이 어렵지 않아지다 보니, 삼행시에서 단서가 너무 많을수록 그보다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번호글 안으로 끌려 들어오곤 했거든요. 번호글 간 배치할 때 삼행시편을 2~5편 정도로 제한할 필요가 있었죠.

다만 인용 나열되는 삼행시편을 줄이면 콜라주의 묘미는 사라진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 흔적을 보여주는 게 포인트라고 여겼거든요. 당시에는요. 그래서 원래는 제시되는 삼행시편을 많을수록 좋다고 여겼고요. 그러다 콜라주 이음매가 너무 거칠다는 한계를 수용한 것이고요. 경계선이 안 좋은 느낌으로 튀었으니까요. 그냥 나열된 그대로를 즐기라고 독자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런데 번호글을 확장하니 약간은 나아졌던 거죠. 사실 콩트나 산문 등으로 삼행시편 사이의 간극을 좁혀주는 마름질을 할까 했는데, 그쪽을 마름질하기보다는 번호글을 마름질하는 쪽을 택했던 것이죠. 약간의 단서만으로도 자유롭게 번호글 내용을 확장하는 특성을 보이니, 굳이 콜라주 재료에서 구체적으로 내용을 전개하는 콩트나 산문 등으로 삼행시 장르와 함께 보완할 필요성이 적어졌죠.

사실 인식의 마중물을 하면서 인용되는 콜라주 재료를 뒤로 숨긴다고 했는데, 전시되는 과정을 허용하려던 당시에도 여러 형식의 콜라주 재료를 나열하려고 했죠. 이론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으니까요. 꼭 삼행시 콜라주가 아니라 콩트 콜라주, 놀이글 콜라주, 원피스 콜라주, 심지어 이 모두를 포괄하는 콜라주라 해도 상관은 없죠. 개인적으로는 삼행시편이 많았고 일관된 면을 지키는 쪽으로 해야 삼행시 콜라주라는 이름에 걸맞는다는 생각에 얽매여 있었지만요.

그런데 또 그렇게 하는 것을 꺼린 합리적인 이유가 있기도 했어요. 콜라주 재료든 번호글이든 한 작품 내에서 빈번하게 형식이 전환되면 좀 너저분하게 보일 가능성이 있죠. 너무 다양한 콜라주 재료를 전시하다 보면 가시적으로 산만한 느낌을 줄 수 있고, 그러면 좀 안 예쁘잖아요. 어느 정도 형식적 통일감을 주는 것도 괜찮았죠. 그런 점에서 삼행시 콜라주에서는 콜라주 재료를 가급적 삼행시만 쓰려고 했어요. 사실 하나의 이야기를 말하는데, 그 출처의 재료를 전시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예쁘게 보이지 않는데, 거기에 삼행시로 통일되어 있지도 않는다면 더 산만해 보일 것이라 여겼죠.

결국 단일한 삼행시 스타일로 인용 전시될 스타일로 제한했지만, 만일 콜라주를 더 전격적으로 한다면 확장될 여지는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난삽하게 여러 형식을 넣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요. 원피스 콜라주로 스타일을 전환하는 것은 고려할 만해요. 또 ‘인식의 마중물’이라 해서 인용 재료를 뒤로 물리되 콜라주의 기법으로 번호글을 창작하는 경우라면, 재료들의 스타일에 개의치 않겠죠. 놀이글, 삼행시, 콩트, 원피스 등등 다양한 재료를 콜라주해도 드러나는 건 번호글뿐이니까요. 그렇게 다양한 콜라주 재료를 활용할 뿐이죠.

물론 제 경우에는 콜라주 재료인 삼행시편을 전시하는 쪽을 선호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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