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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로가 뭐죠

일기

by 희원이

예전에 누군가 나에게 “노블로를 당하면 얼마나 아플까?”라고 물어본다면, 나의 대답은 간단할 것이다.

“노블로가 뭐죠?”

정말로 처음에는 그랬다. 노블로 때마다 격투기 선수들이 소년중앙을 잡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야, 검색을 해서 노블로라는 개념을 알았다. 심지어 여성 격투기선수조차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거기가 남녀공통 급소라는 것도 알았다. 그것은 단순한 상상만으로도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종합 격투기와 같은 경기에서 선수들이 고통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쓰러지는 장면은 드물지 않다. 얼마 전 UFC 경기에서 샤라 마고메도프와 아르멘 페트로시안 경기에서 정말 드물게 노블로가 여섯 번 이상이나 나왔다. 둘 다 신경이 예민해졌을 만한데, 그럭저럭 눈 감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참을 만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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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둘 다 러시아 국적으로 싸울 때가 있었는데, 아르멘 페트로시안이 아르메니아 국적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이자, 경기 전 인터뷰에서도 설전이 있었기는 했다.

“예전에는 다게스탄 레슬링을 배운다며 러시아 대표로서 이런저런 노력을 하더니, 웬 뜬금없이 아르메니아 국적?”

이런 식으로 반응한 샤라 마고메도프의 전후맥락을 모르긴 하지만, 어쩐지 너무 기회주의적이지 않은지를 짚은 것인지, 그저 이슈용 멘트였는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일제 강점기에 손기정 선수가 태극기를 달지 못했던 순간이 떠오르기도 했던 것이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노블로와 연결짓기는 무리가 있어도, 개인적으로는 노블로와 연결해서 보게 되었던 것이다. 킥이 많이 나오는 스타일이라 부득이하게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개연성도 있긴 했지만, 노블로가 유독 많이 나온 경기였고, 뜻밖에 둘 다 그 이상으로 서로를 도발하며 경기가 거칠어지지는 않았다. 그저 실수를 서로 인정하듯 쿨하게 반응했고, 경기는 샤라 마고메도프의 창의적인 스피니 연속 좌우 펀치로 피니시된다.


이처럼 경기도 흥미롭기는 했지만, 노블로 상황에서 자칫 공격자가 더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는 말도 흥미로웠다. 이 충격이 주는 통증은 민감한 부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보호장구가 갖추어져 있어 더욱 복잡한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다.

발등으로 상대의 정통 부위를 노리다 실패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격투기에서 흔히 사용하는 보호장구는 그 자체로도 강력하다. 잘못된 각도로 발차기를 했다가는 발등이 먼저 금이 가거나 다칠 수 있다. 결국 이는 경기 중 의도하지 않은 노블로가 정통으로 때릴 확률을 낮추는 일종의 방지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의도하지 않은 노블로였다면, 발등으로 그곳을 제대로 가격하는 방식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운이 나쁘게도(?) 킥에 힘이 제대로 실려서 그곳을 때렸다면, 발등은 단단한 보호장구에 부딪히고 만다. 그러다 잘못 맞으면 공격자의 발등에 금이 가는 등의 더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발등이 금이 갈 수 있는 위험성은 선수들에게 있어 단순히 통증 이상으로 의도적인 반칙을 방지하는 심리적 억제책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맞은 사람이 안 아픈 건 아니다. 그래도 어째서 저런 선수들끼리 때린 킥에 맞고도 그럭저럭 버티는지 신기했는데, 보호장구가 있어서 그렇다는 말에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보호장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아픈 건 아픈 거다. 그걸 참아내면서 선수는 승리를 위해 그 장비의 한계를 이해하며 경기를 이어나간다. 어쩌면 내가 그 장비의 한계를 이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선수는 속으로 장비가 더 단단하기를 바랄 수도 있겠다.

어쨌든 그 뒤로는 '자칫하면 발등도 얼얼할 수 있다'는 것도 상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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