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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직장의 불변 법칙, '답정너 오너'

일기

by 희원이
"답은 정해져 있어. 넌 대답만 하면 돼."


작은 직장일수록 오너의 말이 법이다. 그 법은 마치 '답정너 불변의 법칙'처럼 보인다. 즉, 이미 답은 정해져 있고, 그 답을 얼마나 잘 알아채고 맞춰주는지에 따라 직원들의 운명이 좌우되는 구조다. 오너가 작은 직장에서 힘을 갖게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가 이미 어느 정도 성과를 낸 사람이고, 나름의 기준에 맞춰 사람을 뽑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능력에 자신이 있고, 직원들이 자신보다 나은 결과를 내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아직 처우가 낮은 기업이다 보니, 그처럼 역동적인 존재가 입사할 확률도 그만큼 낮다. 대기업에서라면 높은 수준의 엘리트가 오너를 뛰어넘는 성과를 낼 가능성도 높지만, 작은 직장에서는 오너의 판단이 거의 절대적인 데다가, 받는 만큼 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오너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경우가 드물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오너의 말에 맞장구를 세련되게 쳐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놓고 맞장구를 치며 오너의 귀를 간질이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결과는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괜히 열심히 하려고 해봤자 헛고생을 한다는 것을 학습한 경우겠다. 그리고 미움도 덜 산다. 때로는 예쁨도 받는다. 이 둘의 차이는 미묘하지만, 어느 쪽이든 오너의 법칙을 따르며 '맞아, 사장님 말씀이 정말 정확해요!'라는 암묵적인 동의를 보내는 사람만이 작은 직장에서 생존하고 인정받는다.


그에 반해 오너의 의견에 전혀 반응하지 않거나, 심지어 의견을 내는 사람은 곧 대우가 달라지기 십상이다. 인지상정이라 말을 돌려 해도, 결국 오너는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주기를 원할 때가 있다. 결국, 그 직장은 오너의 의견을 얼마나 '적절히' 맞춰주는 사람들로 구성되며, 그로 인해 오너의 수준만큼만 성장하는 결과를 낳는다.

오너의 '답정너 불변의 법칙'이 작은 직장을 지배하는 모습은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도 씁쓸한 부분이 있다. 과연 이런 조직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오너가 뛰어난 능력과 통찰을 갖추고 있다면, 그 법칙이 오히려 직장의 발전을 이끌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결과는 자명하다. 그리고 뛰어난 능력과 통찰을 갖추고 있다면 빠른 시일에 견제 받을 틈새를 만들지 않고 압도적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대개는 고만고만한 적당한 성과를 거두는 수준인데, 그래서 대개는 작은 왕국을 건설하고 자기의 삶과 통찰력이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인정하는 시스템을 만들 뿐이다. 여기서 만일 오너의 판단에 망조가 들면, 그 직장도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조직의 방향은 오너의 생각과 판단에 달려 있기에, 그가 한 번 엇나가면 작은 직장은 그를 따라 함께 위태로워진다. 오너의 수준만큼만 뜨고, 오너의 수준 때문에 망하는 셈이다.

만일 오너가 자신의 능력 한계를 정확히 인지하고 협업과 경청의 문화를 만들어낸다면, 점진적인 성장도 가능하지만, 이상하게 그러기에는 자기 성과가 도드라지는 내집단 안에서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궁예처럼 관심법으로 찍 스캔하면 모두의 대처쯤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며 정답을 정해놓는 함정에 자주 빠진다.


결국 작은 직장에서 오너의 '답정너 불변의 법칙'이란, 오너와 직원들이 얼마나 발맞추느냐에 달려 있다. 직원들이 오너의 관심사를 읽어내고 맞춰주며 생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방식이 직장의 발전을 보장해 주진 않는다.

특히 여러 성과를 통해 결국엔 자신이 제일 낫다면서, 회사 안에서 오너가 독선적이 되면, 조직이 그 틀 안에 갇혀 성장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게 된다. 오너가 실수하면 조직도 같이 휘청이는 구조 속에서, 작은 직장은 오너의 판단과 능력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국 사회에서 유독 이런 모습이 두드러지는 것은, 그만큼 오너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심지어 큰 직장도 그렇다는 말이 있다. 사실 과거의 고속 성장 때 답정너 오너들의 무용담이 많다 보니, 그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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