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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양 Nov 15. 2021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노인과 죽음

어떤 삶을 원하는가. 의도치 않게 발견되었지만 우연히 죽을 수도 있는 삶을 나는 원한다. 모든 선택의 기로 속에서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피상적으로 여겨지는 이 잡다한 것들 끝에서 후회라는 감정을 남기지 않기 위해 지금의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어떤 삶을 원하는가. 인생을 외치면서 자랑스럽게 자신의 목을 그을 수 있는 시간으로 눌러 담은 삶을 살고 싶다. 존재의 의미는 알아갈수록 힘에 부치면서도 더 진한 열정이 한켠에 들어차겠지만, 한계를 정하지 않고 본질에 가담하기 위해 당당히 그들의 시간을 끊어내는 삶을 살아내고 싶다.


어떤 삶을 원하는가. 거짓이 없는 삶을 살고 싶다. 나아갈 힘이 없기 이전에 그 힘을 비축하기 위한 노력조차 없었던 인간들이 설파한 이단적인 교리에 흥미를 잃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후 최선을 다해 눈을 감는 그런 삶을 꾸리고 싶다. 지금의 순간을 제 모습으로 살아가지도, 살아가려 노력하지도 않는 자아가 과연 스스로의 앞선 시간들을 축복하고 미래의 꿈들을 희망할 수 있겠는가. 자리에 앉아 부모에게 자신의 비위를 맞출 것을 요구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씨다. 아직 자라지 못한 마음은 노력 없이 너무 많은 것, 평생의 만족감이라는 사치, 명예라는 허황된 소원을 바란다. 그러면서도 속으로 ‘아직 나의 시대가 오지 않았다. 나의 시간이 오면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이 날아오를 것이다’라며 끊임없이 착각의 주문을 걸어댄다.


과거의 내가 선택한 행동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처럼 지금의 내가 선택한 행동이 죽음의 문턱에 걸터앉은 나의 표정을 만들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지금을 살아가고 싶다. 약자와 비교하며 나의 편안함만을 추구하여 사치를 부릴 생각으로 기대에  멍청한 광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어떤 삶을 원하는가. 또 한 번 거짓이 없는 삶을 나는 원한다. 나의 모습이 설령 사람의 모습이 아닌 짐승의 모습일지라도 떨어지는 태양을 마주하고 묵묵히 눈물 흘릴 수 있는 삶을 원한다. 원래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긴 시간 동안 숨이 붙어있기만을 바라는 어리석음에 사로잡히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며 그들의 보호자가 내어준 식량이 영원할 것이라 착각하는 무지함에 속지 않으며, 이 모든 것이 나만의 사실이 아닌 당신과 우리의 사실이라는 것을 달게 삼키는 그런 인생이 되었으면 한다.


눈을 감기 전에 어제와 그제 내가 그들을 보며 지었던 미소를 지으며 소리 내어 마지막 말을 뱉어내고 고요와 함께 사라질 수 있는 인간이 되기를 원한다. 죽음의 끝에서, 삶의 가장 밝은 순간을 발견하며 그와 동시에 나의 모든 날이 언제나 똑같이 빛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삶이 시작되고 자연 속에서 스스로의 무지함을 찾아낸 순간부터 나의 숨이 멈추는 순간까지 매일을 동일하게 나로서 살아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그 만족감에 웃음과 함께 침묵을 지킬 것이다.


비판이 아닌 투영에 기반을 둔 상상력은 언제나 고통을 자아낸다. 아마 직접적으로 이 고통을 느끼기 위해 그들은 일부러 자신의 피부에 상처를 낸 게 아닐까. 매일을 부끄러움 속에서 그들과 나를 관찰하는 자아가 이제 또 한 번 난관에 부딪혔고, 그 마찰력으로 발생한 힘이 기폭제가 되어 다시금 나를 앞으로 밀어낸다. 이제 사람이 아닌 나를, 내가 아닌 나를 믿기로 했다.


나는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가. 거짓이 없는 삶, 부끄러움이 없이 내일을 살아낼 용기를 가지는 삶, 그 누구의 병적인 자기 위로에 대한 집착이 스며들지 않게 행복을 메운 삶을 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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