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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양 Nov 14. 2021

사람을 만나고 삶을 나눈다는 것

물레방아에 홈이 몇 개인지

그 뿌리가 어디까지 잠겨 있는지


해가 뜨고 짐과 같이

잠수했다 숨을 내뱉은 신호를 보내다


담겨진 물은 오늘이 되면 시야 멀리로 흐려지고,

내일이 되면 새로운 흙이 담겨 올 것이다


흘러들어왔다

그렇게 다시 나가는.


무한한 밀도의 입자들이

몇 인치 되지 않는 하얀 뼈 그늘막에 몸을 누이고

이리저리 순환해

감정이 내키는 대로 무작위로 꺼내지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반복


멈추지 않고 이동하는 이 철없는 아이의 두 다리 때문에

마음속에는 한 줄기 거품이 일었지만

이 동요로 인해 내 바다에는 새롭게 생명이 숨 쉴 공간이 마련되고

전에 보지 못한 누군가가 품에 안길 집이 생겼다.


비가 와 불어난 나의 여행

수레바퀴가 던진 기억


안과 밖을 드나들며

자유를 갈망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손을 붙잡는

우리의 치열함이 한껏 웃음을 지어서


다시 한번 모든 것을 들이쉬고 내뱉는다


2021.11.14




*작품 해석은 여러분만의 해석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해석을 원하시는 분들은 위 시만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제 해석이 궁금하시다면 여러분의 생각이 정리된 후 (댓글로 적어주시면 저에게도 큰 영감이 될 것 같아요. 여러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가볍게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작품 해석:


누군가를 만나고 자신이 가진 인생과 경험들, 그 안에서 피어난 여러 정보들을 나눈다는 것은 늘 감사하고 새로운 경험이다. 삶 자체를 나눈 것이 오랜만이라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 다양한 영혼들이 나에게 전달해주는 영감들이 어마무시하다는 걸 알 수 있는 하루였다.


이 시는 자신의 것을 나누어 타인의 바다를 채우는 우리들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잔뜩 퍼내어주어도 절대 비지 않는 우리의 바다를, 비워내도 다시 쏟아져 매일 새롭게 메워지는 충만한 정신을 그렸다.


그러면서 문득 나라는 세상을 지탱하는 수레바퀴가, 나라는 호수에 숨을 불어넣는 물레방아가 떠올랐다. 그 두 바퀴가 던지고 있는 질문의 개수와 담고 있는 세계의 범주는 몇 가닥인지, 그 세계가 얼마큼 깊게 박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들이 묻히고 온 아름다움이 매일 나를 바꾸고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레방아 한 켠의 물은 넘치듯 담겨 오늘을 지날 때 저 멀리로 흩어져가지만 그와 동시에 새로운 물이 나의 가슴이 끌어안긴다. 오늘 겪은 감정들과 생각, 발전에 대한 의지는 시간이 지나며 다시 원래의 곳으로 돌아가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또 다른 경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표현하려 했다.


무한히 존재하는 정보들은 나의 좁은 두개골 속에 누워 몸이 가는 대로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정신이 내키는 대로 무작위로 밖으로 뱉어졌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마치 물레방아의 물이, 수레바퀴의 흙이 떠났다  오기를 연속하듯이. (나의 정신을 떠다니는 모든 생각들이 감정에 따라 이동한다는 것을 표현했다.)


멈추지 않는 반복 행위들이 거품을 일으키지만 감사하게도 그렇게 만들어진 거품이 있기에 내 정신에는 새로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누군가가 던져준 경험이라는 비, 내가 내 안에서 끄집어낸 수레바퀴의 기억, 안과 밖을 넘나들며 매일 새로운 땅에 발을 들이고, 나는 그 안에서 오늘도 치열하게 돌아다닌다.



All photos are taken by. X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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