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양 Nov 18. 2021

익살스러움의 용인

가면을 쓰다 

웃음 뒤에 웃음을 가리고

웃음 뒤에 눈물을 감추다


저기 쏟아진 물감과 다르게

의미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던 순백의 웅덩이에서 피어난 꽃이지만서도

우리에게는 어떤 향을 품고 숨을 쉴 것인지를 정할 수 있는 자유와 의지의 힘이 주어졌거늘


바람과 구름이 소리치는 대로 나의 정원을 가꾸고도

과연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가.


공동의 성장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아닌

그의 키가 더 커지는 것을 참고 견디는 것과 나의 희생을 맞바꾸는,


공허한 하늘의 조각을 사이좋게 나누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그림자로 누군가의 푸르름을 말라비틀어지게 만드는.


그런 모든 자의적인 악행과

착함 속에 드리운 모순적인 절망


내가 내린 선택을 불안해하고 못 미더워하는 것

그것이 나를 만들었고 나를 잃게 했다.


나의 익살스러움은 나를 나로서 살아있게 만드는가?

혹 성숙한 어두움을 나의 색으로 받아들이게 했는가?


아니면 이제 색의 순진무구함,

그리고 결백함조차 잊게 되었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더 홀가분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