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쓰다
웃음 뒤에 웃음을 가리고
웃음 뒤에 눈물을 감추다
저기 쏟아진 물감과 다르게
의미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던 순백의 웅덩이에서 피어난 꽃이지만서도
우리에게는 어떤 향을 품고 숨을 쉴 것인지를 정할 수 있는 자유와 의지의 힘이 주어졌거늘
바람과 구름이 소리치는 대로 나의 정원을 가꾸고도
과연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가.
공동의 성장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아닌
그의 키가 더 커지는 것을 참고 견디는 것과 나의 희생을 맞바꾸는,
공허한 하늘의 조각을 사이좋게 나누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그림자로 누군가의 푸르름을 말라비틀어지게 만드는.
그런 모든 자의적인 악행과
착함 속에 드리운 모순적인 절망
내가 내린 선택을 불안해하고 못 미더워하는 것
그것이 나를 만들었고 나를 잃게 했다.
나의 익살스러움은 나를 나로서 살아있게 만드는가?
혹 성숙한 어두움을 나의 색으로 받아들이게 했는가?
아니면 이제 색의 순진무구함,
그리고 결백함조차 잊게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