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01 심리상담사와의 인터뷰

by 석양

<삶이란 무엇인가?>의 여정의 첫 페이지는 과거 나에게 큰 도움을 주셨던 심리상담사분을 인터뷰로 장식하게 됐다.

아래는 그분의 답을 속기한 내용이다.




선생님께 살아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정말로 모르겠어요. 아는 척을 해서도 안 되고, 하고 싶지도 않아요. 다 모르지 않을까요? 안다고 착각하는 거지. 어떤 사람들은 ‘삶이란 무엇인지’ 궁금해하지 않아요. 그리고 이걸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저는 이런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는데 “태어난 김에 산다”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었고, “너는 왜 그런 게 궁금해?”하고 거꾸로 질문을 받기도 했었어요. 그럼 거기에 답하죠. “궁금한 걸 어떡해?” (웃음)


저는 20대 때 저를 죽여버리려고도 했었고 여러 경험들을 해왔는데, 여전히 모르겠어요. 질문에 압도되기만 하고.. 현재도 찾아 헤매는 중이에요. 한 가지 확신이 있는 건, 죽을 때까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할 거라는 사실이에요.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찾아 나설 거예요. 찾아 헤매는 게 또 쉽진 않잖아요. 그러면서도 나를 존재하게 하는 것 같고. 그리고 지금 이 순간처럼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게 살아있는 의미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아,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나 혼자 부여받은 고통이 아니라는 걸 아는 게 즐거움이면서 행복이 되어주죠.


공교롭게도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오디너리 (ordinary) 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영감이 많고, 독창적이고 이런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을 보면 그런 넘쳐나는 영감을 어딘가에 쏟아내지 않고는 너무 괴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분들이 예술을 하는 걸 보면 너무 좋아요. 저도 예전에 음악을 하고 싶어 공부를 했다가 그만두기도 하고, 죽으려고 했다가 살기를 선택하기도 하고, 지금은 상담이라는 걸 하고 있어요. 상담을 하면서 제 기질 자체가 실질적이기보다는 공상적이고 추상적인 것에 집중한다는 걸 알게 됐고, 현재까지도 언제나 내 몸이 있는 곳의 감각적인 요소들보다 영감에 많이 집중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추상적인 것들에 빠지면 헤어 나오는 게 개인적으로 쉽지 않아서 ‘내 몸이 있는 곳에서 기능하자. 내 감각이 있는 곳에서 기능하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고통을 줄여가고 있어요. 산에 오르더라도 나뭇잎이 떨어지는 걸 보고, 산바람의 체취를 느끼고 한 게 아니라 언제나 사색에 잠기곤 했으니까 하하. 그래서 가급적이면 감각적인 세계에 존재하고자 하면서 살아있다는 의미를 체득하려고 하는데 잘 안 돼요.


여전히 왜 살아가야 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이렇게 흔치 않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사람들이 삐뚤어지거나 틀린 게 아니라 매력적이라는 것을 느끼고, 제 관점에서 보이는 것들을 나누면서 그 사람의 고통을 줄여주고 그것으로 인해 저도 꾸준히 살아갈 동기를 얻는 것 같아요.


이러다가 언젠가는 죽겠죠? 제 기능이 다 할 때까지는 지금처럼 사람을 만나면서 “너는 매력적인 사람이야”라고 말해주고, 삶의 끝에서 ‘한 178,000건 정도 했나’ 하면서 죽게 되겠죠. (웃음) 어디로 가는지도 알지 못한 채로 죽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에게는 이 인터뷰와 같은 시도들이 재밌고 즐거워요. 분명 도처에 있을 거예요. 다수와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을 의심하면서 크고 자기가 이상하다고 믿으며 자라는 사람들이. 이런 행위들이 그런 사람들에게 작지만 또 하나의 살아갈 이유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무 응원해요.


해답을 가지고 있지 못해 미안하고 이 과정들이 많은 사람들을 ‘태어났다는 고립감’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고마워요.



갑자기 궁금해진 점이 있는데, 20대의 본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뭐라고 하시겠어요?


“걱정 마라. 걱정하지 마라. 네가 이상한 놈이 아니다. 안심해라. 괜찮다. 마음에 내키는 것에 풍덩 뛰어들어서 하다 보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어요.



심리상담사와의 인터뷰

20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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