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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양 Dec 31. 2021

<고요의 바다>를 보고 느낀 사회의 특성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를 보다가 잠에 들었다. (사실 우주라는 소재에 환장하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추천 드라마에 계속 뜨는 데도 건드려보지도 않고 있었는데) 잠이 오지 않아 읽던 책을 덮고 시간이나 흘려보낼겸 우연히 누른 이 드라마는 내 마음에 너무도 큰 자극을 주었다.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간다는 공포심 


가장 크게 압도되었던 것은 내가 살던 세상과 조금도 같지 않은 곳에서 모든 게 불분명한 채로 삶을 이어나가는 게 얼마나 공포스러울까에 대한 생각이었다. 삭막하고 생명의 흔적도 없이 메마른 달이라는 곳에서 잔뜩 어둠으로 뒤덮인 곳을 헤쳐나가는 저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하고 상상을 해보다 문득 저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와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에 발을 디디는 것과 사회에 나가 생존하는 것은 꽤나 비슷한 점이 많다. 생전 경험해보지 못했던 깊은 구덩이들도 정말 많고, 떨어지면 죽을 것만 같은 절벽도 여기저기 위협적으로 도사리고 있다. 그림자 속에 갇혀 있을 때 잔뜩 어두운 것도, 나를 잡아주던 중력이 나를 놓아버리면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고 무척이나 닮아있다. 늘상 안정감있고 내가 중심을 잡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었던 시스템 속에서만 살아오던 내가 사회에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안함에 압도당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해야 나를 깎아내리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하는 등의 고민을 하는 데 하염없이 많은 시간을 떠나 보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이러한 감정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적응이 되는 듯 보인다. 


이제는 고통받기 때문에 오히려 더 나아갈 힘을 얻고, 좌절하고 추락하기 때문에 비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삶을 살아내고 있다. 어둠이 있기에 작은 빛도 눈이 부실만큼 밝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하고, 실수라는 과정이 있기에 완성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이렇게 처음 놓여진 달의 중력에 당황하던 나는 시간이 흘러 점차 빠르게 혹은 느리게 달리고 걷는 방법을 배웠고 이내 이전 세상에 돌아온듯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충격이나 경험이 불쑥 나를 찾아와 문을 두드리면 또 한 번 당황하며 이리저리 도망을 치기 바쁘겠지만 그땐 지금의 경험들을 속기하며 조금은 안정된 숨을 내쉬고 희미하지만 분명 거기 존재하는 미소도 지어보이며 문을 열어주겠다.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해낸다는 것 


과학자의 역할을 맡은 배두나가 극중 실험실에 앉아 현미경을 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을 보며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앉아서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니, 아니 그 이전에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다니.' 그렇게 드라마 속에 나오는 다양한 직업군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펴보니 그 모든 행동들이 세상을 발전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어떤 이는 하루종일 밖에서 서 있는 것으로, 누군가는 물건을 옮기는 것으로, 누군가는 구름의 모양을 보는 것으로 세상을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지금껏 내가 하는 일들이 세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나 누군가가 살아갈 집을 지어주는 건축가와 달리 나는 그저 방 안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일 뿐이었으니까. 이런 생각들이 잔뜩 내 머릿속을 활개치고 다니던 중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살다 보니 세상에 쓸모없는 일은 없더라구요. 계속 하다 보니까 하찮게 보이는 일도 도움이 되는 구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 때 많은 걸 느꼈다. 내가 쓰는 글이나 만들어내는 그림들도 어쩌면 세상을 변화하는 데 지분을 가지고 있겠구나. 모두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세상에서 나도 제 역할을 가지고 있는 것이구나. 그 뒤로는 내가 하는 일들에 불이 붙어 더 열성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도움이 되는 사람일까?' 하는 등의 생각들로 말이다.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고 쓸모없는 노력은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모든' 사람과 '모든' 노력을 일반화해서 이야기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누군가가 하고 있는 일에 비해 가치가 부족하고 의미가 덜 하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가진 능력들이 세상에 건넬 수 있는 영향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가만히 생각해보자. 선함의 의지는 경종을 따질 무언가가 아니다. 적고 크고와 상관없이 누군가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고 맡은 바 제 책임을 다하고 있다면 세상의 발전에 나또한 기여하고 있는 것이니 상심하지 않고 나아갔으면 좋겠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분명한데 불안함에 잠식당할 것 같다면 오히려 더 진하게 내가 원하는 걸 파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나 자신에게 결과로써 삶을 증명하는 경험을 하고 나면 그 이후로는 훨씬 더 깊은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외에 적어내릴 생각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인간의 이기심 


대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동정심과 공감에 대한 이슈 


이 부분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적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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