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려 눈을 비비던 이불 틈을 뚫고
창 사이로 어제 자취를 감췄던 해가 다시금 빛을 내던졌다
무료하고 건조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포근하고 고요한 아침이다
달이 자리를 내어준 곳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아침
바람이 잔뜩 불어오는 겨울임에도
나를 아껴주는 벽과 문이 온기를 머금은 아침
생의 흔적이고 싶다
이 모든 시간의 흐름이
팬에 어제 저녁 장에서 건져온
아스파라거스를 두 조각 던졌다
훌쩍 두른 기름과 올려진 불이 만나
달그닥 거리며 손대지 않아도 벌써
따스하게 익어가고 있다
행복과 사랑이란
치이고 도태된 감정들을 되살리는 일
잊고 살았던 기억들을 내세에 끌어당기는 일
먼지가 나는 게 보일 정도로 투명한 하늘과
그 가운데서 쏟아지는 빛의 폭포
잔뜩 빛을 뿜어 눈이 부시게 하는 뽀얀 이불
연기를 따라 생의 향을 넘겨온 부엌 위 화로까지
단 한 줄기의 삶의 조각이지만
푸릇한 색과 정감 있는 감각들을 모두 지닌
자유의 기억이다
세상에 대한 사랑이고
모든 것들이 불필요해진 현실
생명을 넘어
차분히 눈을 뜨는 그런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