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후, 아침 풍경은 온통 푸르다.
파란 하늘과 봄꽃이 흰 눈으로 떠나고 초록이 물든 가로수가 곱고 곱다.
버스 차창 밖으로 그림 같은 거리에 또 그림 같은 풍경이 다정하게 움직인다.
60대로 보이는 오랜 친구 같은 부부가 손을 꼭 잡고 걷는다.
이런 평일 이른 아침 부부 나들이는 필시 병원 진료가 아닐는지.
막 40대에 접어든 부모님은 함께 외출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명절 장을 보거나 친척 결혼식에 가는 일 말고 동반 외출은 별로 없었다.
같이 나가도 들어올 때는 꼭 2, 3분 차이가 났다.
어디쯤 오시나 나가보면 빠른 걸음으로 아버지가 앞서 걸으시고 엄마가 뒤쫓듯 역시 바쁜 걸음으로 돌아왔다.
"엄마, 아빠는 왜 엄마하고 같이 안 와?"
"너 아빠한테 물어봐라."
차마 아버지께 못 여쭙고 엄마한테 물었었다.
4남매와 시부모님, 시동생까지, 어디 오붓하게 말이라도 나눌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몇 년 후, 나란히 걸음으로 바뀌었다.
엄마가 집 앞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를 크게 당하고 입원 치료 후 물리치료와 재활치료로 잦은 외출을 하면서부터였다.
사고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도중에 나서 엄마는 트라우마로 혼자서 길을 건너지 못했다.
자유롭게 하던 외출이 횡단보도 때문에 누군가 꼭 옆에 있어야 했다.
그때부터 길을 건널 때 잡던 손이 밖에 나가면 아버지는 엄마 손을 꼭 잡고 다녔다.
숨은 이야기를 모르는 남은 보기 좋은 부부라고 했다.
"손을 꼭 잡고 다니시네요."
40대를 마감도 못하고 엄마는 우러러보고 소리쳐도 들리지 않는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아버지는 긴 기다림을 마무리하고 작년 뜨거운 햇살을 피해 엄마 곁으로 갔다.
오랜 시간 홀로 외출을 끝내고 가벼운 몸에 날도 좋아 사분사분 두 분이 손잡고 봄나들이 다니겠지.
<대문 사진 출처/Pixabay l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