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프팅

눈치가 부른 참사

by 봄비가을바람

눈치.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하는 일.

일을 하다 보면 "나 혼자만 잘하면 되지."

이런 바람이 통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코로나 시국 전 매해 두 번씩 워크숍을 갔다.

말이 워크숍이지 다 함께 바람 쐬러 나가는 것이다.

각자 알아서 뛰는 일이라 자주 모이거나 학기 중에는 쉽게 시간을 낼 수 없기에 1년에 두 번도 어려운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갇혀 있는 실내에서 하는 일이다 보니 좀 더 활동적인 워크숍이 된다,

산에 오르거나 제법 긴 산책이 되기도 하고 가르치는 사람에서 배우는 사람으로서 체험 활동을 하기도 한다.



그 해에는 그마저도 시들했는지 "래프팅"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마음속으로 "싫어."라는 목구멍 근처에서 맴도는데 하나둘씩 "래프팅"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말이 절묘하게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누구 하나 반대 의사를 내보이지 못하고 워크숍 일정 속에 래프팅을 집어넣었다.

회비를 챙기는 돈줄을 잡고 있으면서도 한 마디도 제대로 못 한 것은 허수아비 총무이기 때문이다.

몇몇의 말에 움직이는 단체의 극혐 속성으로 똘똘 뭉친 곳에서의 반기는 곧 외톨이가 되는 고속도로를 타는 것이었다.



계곡 물이 얼마나 무섭고 함부로 자신감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절절하게 알고 있는 터라 조심 또 조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생각지 못 한 물놀이 용품을 준비해야 했다.

당일날, 날씨가 안 좋아서 취소가 되기를 바라면서 내 손으로 예약을 하고 나니 걱정은 공포로 다가오고 있었다.

계곡을 바라보며 먹는 닭볶음탕은 맵기만 하고 맛도 없었다.

다들 같은 생각인지 절반은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물살이 매서운 계곡 근처까지 내려가 사진도 찍고 즐거움을 끄집어내려 애썼다.



물에 젖어도 민망하지 않을 옷으로 갈아입고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보트를 들고 낮은 계곡으로 옮겼다.

물의 온도를 가늠하고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물에 빠졌을 때 취해야 하는 자세를 연습했다,

차례로 세 개의 보트에 나누어 타고 물살을 서서히 타기 시작했다.

잔잔한 계곡에 겁먹은 것이 부끄러워질 무렵 저만치 바위 사이로 급격한 물살이 보였다.

앞서 두 보트가 차례로 바위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마지막 우리 보트도 뒤를 따랐다.

능숙한 가이드의 노젓기와 구호로 무사히 빠져나오니 성취감마저 들며 안도하였다,



<출처/Pixabay >




위험은 늘 방심하는 순간 다가오듯이 다음 급물살에서 차례로 보트가 뒤집혔다.

한 사람씩 떠내려가는 것이 보이고 두서너 명은 물가로 밀려나가고 나머지는 우리 보트에서 잡아 올리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래프팅이 레저스포츠로 자리 잡으면서 안전장치 또한 잘 되어 있어서 군데군데 안전요원이 속수무책으로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물가에 나와 있던 사람들까지 다시 보트에 태우고 우리 뒤를 따랐다.



문제는 상황이 수습되어 갈 때 뭔가 다른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앞선 보트의 전복을 보고 나니 다들 공포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는데 한 사람이 참고 있던 인내심을 놓아버렸다.

계속 내리겠다고 하며, 죽을 것 같다를 연발해댔다.

이미 겁먹은 상황에서 큰일이 생길 것 같아 진정을 시키고 격려를 하는데 잡고 있던 노마저 놓아버렸다.

결국 보트가 한쪽으로 기울었고 겨우 바위를 넘어가려다 뒤집히고 말았다.

출발 전 배운 물속 자세는 몸도 마음도 머리도 모두 잊어버렸다.

하염없이 떠내려가는 몸을 아무리 뒤집어 보려 해도 되지 않았다.

"엄마! 엄마!"

몇 번을 부르며 이제 끝났구나 할 차였다.

"저기, 있어요. 구해 주세요."

가이드가 먼저 끌어올려주어서 바위 위에 있던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고 내 구명조끼 어깨가 끌려 올라갔다.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말이 살았구나로 들렸다.

가이드가 뒤집힌 보트를 바로 하고 한 명씩 보트에 탔고 아까 그렇게 말 많던 사람은 조용해졌다.



계곡에서 빠져나와 버스를 타고나니 여기저기 욱신거렸다.

물론 떠내려오다가 바위에도 부딪쳤지만 물살에도 멍이 든다는 것을 알았다.

각자 몰골을 확인하면서 말들이 없었다.

"우리 다시는 래프팅처럼 험한 건 하지 말자."

"자기가 하자고 해놓고."

그제야 저마다 한 마디씩 속엣말을 했다.

덕분에 돌아오는 버스 안은 많은 생각들로 조용했다.




<출처/Pixabay >




물론 래프팅이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아무 준비 없이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누구 한 사람의 독단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었다.

그 후로 목소리 조절을 하기는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한 번씩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었다.

여러 사람이 모이니 서로 성향이 다르다.

각자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모임 전체를 아우를 수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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