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언제 처음 꿈을 꾸었을까.
한 글자 한 글자 글자를 읽고
한쪽 한쪽 넘겨 책 한 권을 읽었다.
찢어진 작은 종이 조각이라도 가득 찬 글자를
눈에 담아 뜻을 새기지 못해도
소리 내어 읽는 게 좋았다.
열한 살, 학교에 있는 책을 읽어도 좋다는 허락에
책장 사이에 작은 몸을 숨기고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다.
언제 처음 꿈을 꾸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 글자를 읽고
한쪽 한쪽 모아 책 한 권, 두 권을 읽으며
꿈을 키워겠지.
넘나드는 시간과 쉬지 않은 발버둥은
느리지만 앞으로 앞으로 밀어주었을 것이다.
지하철역에서 잠시 추위를 피하는 동안
벽면 한쪽에 가득 그려진 꿈들을 보았다.
누구의 것인지 모르나 작은 네모가 퍼즐처럼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알록달록 채워진 각각의 꿈들이 언제, 어디서
필지 모르나 시간이 지나고 예기치 못한 파도가
잦아들면 꿈속의 섬에 도착하겠지.
<지하철역 벽면에 그려진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