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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사랑해. 그 말.

by 봄비가을바람

후회



1.

오랜 향해 끝에 맞닿은 모래톱 위로

돛을 고이 접어 갑판에 눕히고

마지막 향해 일지를 썼다.

금방이라도 초록 물속에서 닻을 끌어올려

먼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를 향해

별을 좇아 달려가던 쇄빙선이 멈췄다.

도전과 함께 쌓은 역사가 두꺼운 책 속으로

활자로 숨어들고 마침표 옆에

책갈피를 꽂았다.

눈앞에 흐를 시간을 따라 사연이 지나고

모래 늪을 헤치고 후회가 기어올랐다.




2.

새벽 별이 아침으로 걸음을 옮기고

굳게 잠긴 눈꺼풀은 무거운 문을

힘겹게 열어젖혔다.

밤을 달려 귓가에 울리는 전화벨은

멈췄다가 울리기를 반복하며

마지막 마음을 모아 노크를 했다.

수없이 입안에 달큼하게 담아 놓은

한 번도 소리 내어 공기로 부풀지 못한

그 말 한마디.

새벽 공기 속에 섞여 심장 소리에 섞였다면

시곗바늘도 되돌릴 수 있었을까.

한 걸음 한 걸음 뒷걸음질을 하던

발길도 돌릴 수 있었을까.

그 밤 지나도록 캄캄한 어둠에

별 하나로 반짝이던 휴대폰을

외면하지 않았다면.

전할 수 있었을까.

사랑해. 그 말.





<대문 사진 출처/Pixabay l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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