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진다.
35년 전 아버지가 심어 놓은 목련이
빈자리 아랑곳없이 피고 진다.
상복 위에 핀 상장처럼
흰 꽃잎이 탈색하여 갈잎으로
땅바닥에 뒹굴었다.
하늘을 우러러 탐스러운 웃음을 웃다가
모두 털어내고 올라간 그날처럼
우수수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슬픈 꽃이 진다.
발자국 찍힌 꽃잎을
붉은 피로 물들인 손가락으로 고이 모으다가
오후부터 비가 내렸다.
<대문 사진 by 봄비가을바람>
<가을이 왔어요> 출간작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16년차 한국어 선생님이며, 시인입니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고 가수 먼데이키즈의 음악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