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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Oct 27. 2022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아련하다.

대추나무 위에 그리움이..





 아침을 서두르는 시간, 발길을 멈추게 하는 아련함.

지난해와 달리 대추가 너무 고 볼품없게 열렸다.

꼬마 사과라고 해도 어울릴 만큼 큰 대추가 열려서 오며 가며 누구나 탐을 내서 남몰래 따가는 사람도 있었다.

지날 때마다 한번 더 보고 뒤돌아 보며 은근슬쩍 훔치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누구의 대추나무인지는 모르나 내 것이 아니니 탐하지 않았으나 부끄러운 욕심이 생겼다.

주저하는 마음이 이기며 염치도 없이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상하게도 떨어져 나뒹굴어도 쳐다보는 사람이 없다.

볼썽사납게 은행 알도 아닌 것이 말라비틀어져 발에 차여 걷는 걸음에 걸리적거리기까지 했다.

언제는 누구나 탐내던 것이 어느 누구도 눈길 한번 주지 않게 되었다.

 사람 마음이 변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다만, 매해 지나는 길에 스치는 나무는 똑같은데 보이는 것에 마음이 뒤바꾸는 것이 슬플 뿐이다.



 아침을 시작하며 아련하게 눈 맞춤하고 있는 고양이와 대추나무를 바라보며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둘의 마음이 통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어디, 누구의 집에 머무는지 모르는 고양이와 대추나무는 서로의 자리에서 같은 마음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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