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빈자리가 크다.

by 봄비가을바람



숟가락




둥근 식탁 위

작은 접시에 나물 무침, 멸치 볶음

소복소복 담아 누구 앞이라 가늠하였다.

김치보시기, 참기름 향내 바른 종지

나물 무침 옆에 짝을 세웠다.

보글보글 김치찌개 가운데 자리 내주고

왼쪽 오른쪽 맞춰 밥그릇 국그릇

바른 자세로 앉혔다.

하나 둘 셋.

식구 수를 세어 나란히 짝을 맞추는데

자꾸 수가 틀렸다.

수저 한 벌을 빼고 또 세는 데

또 남아돌았다.

다시 세어 빼니 뺀 수보다 남은 수가

적다.

식탁 옆에 쪼그려 앉아 윗자리 어른 보실까

얼른 눈물을 찍어냈다.


by 봄비가을바람






그해 7월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해 10월에 엄마가 떠났다.

입바르신 집안 어른들은 줄초상이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여든여섯 해 동안 건강하시다가 주무시듯 떠나셨고 엄마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5년을 고생하다 추석 전날 안부 전화를 하다가 쓰러졌다.

뇌출혈로 응급수술을 하고 깨어나지 못 한채 추석 다음날에 떠났다.

마흔아홉이었다.

이제 좀 살만해서 바쁜 일 지나고 쉬엄쉬엄 나들이도 하고 하나 둘 출가하면 편해질 일만 남았었다.

단 한 번도 우는 모습조차 볼 수 없었는데 사고 나고 중환자실에 3개월을 있는 동안 엄마는 늘 엄마를 찾았다.

의식도 제대로 없는 상태에서 아플 때 생각나는 그 이름을 불렀다.

중환자실 밖에도 들리던 엄마 목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엄마를 찾았다.



떠난 자리는 너무 컸다.

앞으로 가는 시간에는 엄마가 없었기에 늘 번뜩번뜩 실감하는 시간이 아팠다.

밥상을 차릴 때마다 왜 자꾸 숟가락이 남는지.

세고 또 세었는데 여전히 남았다.

어느 날엔가 밥그릇, 국그릇마저 남아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어버렸다.

언제나 똑같은 시간의 반복이 어느 날 무너졌다.



남동생이 군복무를 하는 동안, 두 여동생이 차례로 결혼을 했다.

한 달여 동안 밤에도 불을 끄지 않았다.

빈자리에 불이라도 켜 놓으면 채워질까 싶었다.

이제는 숟가락을 잘못 놓는 일은 없지만 이맘때가 되면 마음은 몇 배로 텅 비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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