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지지 않는 그리움

꽁치 김치찌개

by 봄비가을바람



익숙해지지 않는 그리움




아침 해가 부지런히 제 할 일을 하고

한겨울 온도가 들쑥날쑥 온몸을

오르락내리락하면

마음 깊이 묻어둔 무구덩에서

몽글몽글 아릿한 덩어리가

기어올랐다.

흰 김 모락모락 한 술 크게 뜨고

새콤하게 물들인 생선 한 조각

호호 불어 텅 빈 구덩을 메꾸었다.

엄마 손맛 따라 흉내 내고 또 내어도

꼭 같지는 않았다.

비릿하고 새콤한 냄새라도 닮아

멀리 있는 시간만 눈 가에 맴돌아

눈물만 똑똑.




괜찮다.

살아질 거다.

자위와 위안도 나와 같지는 않았다.

나도 나를 달래지 못해 눈물은

그림자도 허용치 않는 깊고 깊은 산속

호수에 숨었다.




꼭 같지 않아도

잡히지 않는 영상이라도 허공에 쏘고

짠 국물에 소금물까지 보태니

오늘따라 맛이 더 달아나버렸다.

익숙하려 하지 마라.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목놓아 울지 못 한 후회를 이제라도

소금밭 한가운데 주저앉아 볼까나.


by 봄비가을바람




찬바람이 올겨울이 유난히 세찼다.

겨울 날씨야 매운 게 당연한데 생각보다 넘치면 무엇이든 당황스럽다,

차가운 날씨에 김장 김치도 제대로 맛이 드니 꼭 모두가 견디기 힘든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어릴 적 할아버지, 할머니 계실 때에는 늘 밥상에 생선이 빠지지 않았다.

연세가 많아지면 고기 씹는 힘이 부족하니 좀 더 연한 생선이라도 올리는 것이다.

엄마가 끼니 준비할 때에는 번거롭고 힘들었지만 단 한 번도 소홀히 한 적이 없었다.

솜씨도 좋고 손도 커서 기름내가 담장을 넘는 날은 우리 집에 동네 전잔치가 열렸다.



오늘도 어제보다는 포근하지만 겨울에 자주 먹던 생선으로 끓인 찌개가 생각이 났다.

엄마는 생물 고등어나 꽁치로 김장김치를 밑에 깔고 생선을 올려 김치찜처럼 생선찌개를 했다.

생선살은 가시를 잘 발라 멸치젓을 올려 알배추 쌈으로 먹었다.

아버지가 참 좋아하시던 쌈인데 비릿한 것에 또 비릿한 것을 보탠 게 무슨 맛일까 했는데 지금은 왠지 그 맛이 그립다.



괜스레 여러 생각이 들어 눈물 날 것 같은 날,

꽁치 통조림으로 김치찌개를 끓였다,

특별한 것도 없는 음식에 눈물 운운하는 것은 익숙해지지 않는 그리움의 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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