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아이야,
검은 머리카락 반짜이며
눈동자에 별을 밝히고
오리 모양 입을 오물오물
너의 이야기를 들려주렴.
파란 하늘에서 뜀뛰고
노란 꽃밭에서 노래하고
빨간 사과를 크게 물고
너의 웃음을 보여다오.
흰 눈이 머리에도 마음에도
소복소복 쌓이고
걸음마다 무거운 짐이 밝히고
부딪치는 어깨에 기댈 곳도 없고
쓰러져 누운 하늘이 덮쳐 오면
고이고이 꺼내어 자장가로
들으련다.
by 봄비가을바람
봄이 옷을 갈아입고 여름을 준비하는 날.
모처럼 눈높이를 맞추어 아버지와 마주 앉았다.
귀 밑을 간지럽히는 머리카락이 더위를 준비하라고 아우성이다.
가까운 이발소에 가는 것도 바깥 외출이라 큰 결심이 필요해서 최근 2년 전부터 직접 머리를 해 드렸다,
거창하게 이발하는 것은 아니고 아버지 머리 모양을 다듬는 정도이다.
처음으로 머리를 해 드린 날은 손도 떨리고 가위질도 익숙하지 않아 혹시라도 아버지 귀라도 베일까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이제는 제법 솜씨가 늘어 재빨리 마음먹은 일을 해 낼 수 있다.
한층 깔끔하고 시원해진 얼굴로 손수 면도를 끝내신다.
어릴 때 우리 4남매 중 3 자매는 엄마가 머리를 해 주었다.
막내 남동생은 아버지를 따라 이발소에 갔지만 우리 자매는 엄마 손에 머리를 맡겨 닮은 듯 닮지 않은 세 쌍둥이 소리를 들었다.
고등학교까지 늘 엄마가 머리를 해 주며 보고 배운 것이 있어서 지금도 앞머리는 직접 한다.
시간이 지나며 좋은 것은 아는 것이 많아지고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점점 더 숙달되어 잘하는 일이 하나쯤 더 생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슬픈 것은 역할이 바뀌는 것이다.
늘 나의 보호자로, 나의 지킴이인 그분들과 역할이 바뀌는 것이다.
언제나 높은 하늘이고 넓은 바다인 것은 바뀌지 않지만 그 하늘도, 바다도 쉬고 기댈 곳이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그 역시 겪을 일이지만 서글프고 안쓰러운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