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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묻는 말
23화
나, 여기에 있다.
시
by
봄비가을바람
May 25. 2023
나, 여기에 있다.
천둥벌거숭이
복숭아
빛 살갗에
보송보송 솜털도 나기도 전
고택의 처마 끝 풍경 소리에
귀가 먼저 열려 먼 하늘을 나는
작은 새 날갯짓에도
흠칫했다.
온갖 세상 것에 이름이 붙어
제 할 일 바빠 도란도란 말 한번 붙이지 못해도
어두운 밤 더듬어 전등에 불 깃들었으면 되었다.
동구 밖 천 년 은행니무 그늘 아래
노란 눈이 쌓이면 한 잎 두 잎 수를 세어
다시 천 년을 기원했다.
눈 다 녹기 전 후두둑 빗소리에 미끄럼 타고
졸졸 흐르는 농로로 마실을 갔다.
들녘 새벽잠 깨워 하루를 재촉하고
햇살 기울기 전 이슬 따라 무릎이 젖었다.
스치는 들꽃도, 소스라치는 풀벌레도
또 한 문이 열렸다.
세상에 나온 이유가 저마다 있을진대
내 이유 역시 있지 않겠는가.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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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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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어요> 출간작가
17년 차 한국어 선생님이며, 등단 시인입니다.. <시간보다 느린 망각>시산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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