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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꿈
수녀가 되고 싶었다.
by
봄비가을바람
Jul 10. 2023
소녀의 꿈
검은 단발머리 나풀나풀
흰 블라우스 남색 치마
흰 운동화 흰 양말
큰 책가방을 어깨에 메고
바람결에 머릿결을 맡기고
종종 하굣길에 마주쳤다.
작은 성 안 고운 수녀님
검은 머리카락 고이고이 감추고
두 손 가슴에 모아 높은 곳에
소원을 올렸다.
눈에 익어 인사 나누고
마음에 담아 꿈을 꾸었다.
by 봄비가을바람
수녀가 되고 싶었다.
등하교 길에 늘 지나던 작은 수녀원을 동경했고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좋아했다.
<글을 쓰는 수녀>라는 꿈을 마음속에 키우다가 고등학교 2학년 국어 시간에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하며 처음 밖으로 꺼내 놓았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넌 꼭 수녀가 될 수 있을 거야.>
<나는 성당에 다니는데도 생각도 못 했는데 너 대단하다.>
<수녀원에 언제 들어가?
>
마치 정말 수녀가 되는 과정을 밟을 것처럼 쉬는 시간에 반 친구 전체가 주위로 모여들었다.
꿈 이야기 한 번으로 제대로 인싸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꿈 이야기를 내놓고 덜컥 겁이 났다.
아직 준비가 안 되었는데 이러다가 정말 수녀가 되는 것인가.
누구나 꾸는 소녀의 꿈이 아니었나.
그리고 그 후, 단 한 번도 수녀가 되고 싶은 꿈을 말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며 또 다른 소녀의 꿈 대상자가 생겼다.
<빨간 머리 앤>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책 등.
다양한 장르 속 앤의 모습은 한결같았다.
성격과 모습, 그리고 앤의 꿈.
어렵고 외로운 환경 속에서도 언제나 앤이 빛난 이유는 꿈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으며 상상과 공상 속에서 자신을 넓은 세상에 띄워놓고 마음껏 날 수 있는 앤의 생각과 글솜씨가 부러웠다.
<나도 앤처럼 글을 쓰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아마도 조금 더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꿈이었을까.
자신의 재능과 노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아 보였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었다.
<시인이 된 한국어 선생님>.
지금 나의 모습이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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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어요> 출간작가
17년 차 한국어 선생님이며, 등단 시인입니다.. <시간보다 느린 망각>시산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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