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를 즐기는 고양이 씨

여유는 스스로가 찾는 것

by 봄비가을바람

편의점에 생수를 사러 들어가다가 아이스크림 냉동고 선반 위에서 곤히 주무시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했다.

몇 번 들렀지만 고양이는 본 적이 없었는데 내 집인 양 편한 모습에 편의점 사장님께 물어볼까 하다 그만두었다.

괜한 오지랖이 고양이의 낮잠을 방해할 것 같았다.

어제 온종일 장맛비가 쏟아지고 내일 또 비 예보가 있는데 그 사이, 오늘 고양이의 오수가 마음에 여유가 없는 이를 달래는 것 같기도 하고 혼내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난주부터 잠도 거의 못 자고 이틀은 수업도 못 했다.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다는 건, 늘 비상사태를 안고 사는 것이다.

더구나 날씨와 환경에 예민한 질환은 한 번씩 일상을 흔들어 놓는다.

오랜 병환 중인 아버지가 갑자기 안 좋으셨다.

매해 한 두 번은 겪는 일이지만 매번 두렵고 어려운 일이다.

나빠지는 것은 한순간인데 좋아지는 것은 더디기에 한동안 노심초사할 일이다.

다행히 이번주부터 조금씩 전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



잠시라도 가만히 멍 때리고 싶지만 사치스러운 일이다.

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집안일이 기다리고 있다.

지치지만 지치면 안 된다.

생각해 보면 요즘 일만은 아니었다.

몇 년째 매일 같은 일상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럼에도 <힘들다>라는 말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쌓이고 쌓여 곪아 터질 때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거울 속 얼굴이 울고 있을 때, 사는 방법을 찾아냈다.





남의 눈도 의식하지 않고 제 자리도 아닌데 편하게 낮잠에 빠져 분홍색 발바닥을 드러내고 어떤 꿈속을 헤매는지 가끔씩 움찔했다.

비록 내일은 빗속에서 젖은 몸을 둘 데가 없을지라도 오늘은 곤히 오수를 즐기는 고양이 씨.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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