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에 갑자기 약국이 야반도주를 하듯 문을 닫아버렸다.
오랫동안 한 자리에 있던 것이 없어지니 여러 생각을 했다.
주말, 휴일, 1년에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열려 있던 약국이 무슨 사연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약사인 딸과 아버지가 항상 하루를 열고 지키던 약국 자리가 한동안 비어있다가 얼마 전에 가게 둘이 동시에 문을 열었다,
<고깃집 옆에 꽃집>, <꽃집 옆에 고깃집>.
약국 하나를 둘로 나누어 고깃집과 꽃집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약간 의구심이 남는다.
5분쯤 걸어서 나가면 시장과 마트, 다양한 상점이 즐비한데 이미 장을 보고 들어오며 이 두 가게를 이용할 것인가.
고기는 시장과 마트, 단골 정육점이 있고 거리가 좀 떨어져 있지만 가끔 필요할 때 들르는 꽃집도 있다.
일단, 충성심을 시험받을 정도는 아니라 매일 지나며 가게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
새로 오픈한 가게 안은 작지만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고기는 시장, 마트와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꽃집도 그렇다.
더구나 꽃은 계절을 타는 거라 가격이야 늘 변동이 있을 테니 급할 때는 한 번쯤 이용해 볼 생각이다.
처음 휴대폰을 사용하기 시작해서부터 기기 제조사, 통신사, 번호를 바꾸지 않았다.
처음 그대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기기가 더 이상 제 역할을 못 하게 되면 휴대폰을 바꾼다.
그러면 영락없이 듣는 말이 있다.
"통신사를 바꾸시면 더 유리하신데요."
"그러게요. 알고 있는데. 그냥 그대로 해 주세요."
크게 불편하지 않으면 큰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하지만 처음 선택은 남이 보면 답답할 정도로 굉장히 신중하다.
그 역시 물건이든 사람이든.
<대문 사진 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