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는 며칠이 지났다.
아니, 이미 몇 주 전부터 또 한 번의 고비를 위한 전쟁을 시작했었다.
3년 전에도. 힘든 언덕을 잘 넘어 평탄하지는 않았지만 한 걸음씩 밝은 날을 향해 가고 있었다.
삶이란 세상은 늘 똑같지 않다.
그리고 언제나 뜻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큰 이별을 또 한 번 보내야 한다.
세상에 내어 놓고 뒤에서 오른쪽, 왼쪽 가는 방향을 살피고 바로 서서 두 팔을 벌려 달려 나갈 수 있게 눈으로, 마음으로 등을 떠밀어주는 두 개의 나침반이 멈추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갈피를 못 잡고 한없이 뒤돌아 후회만이 짓눌러 쓴 눈물이 흘렀다.
실감보다 앞에 놓인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먼저 다가왔다,
남겨진 이들의 각자 몫은 언제나처럼 살아내는 것이었다.
부고를 들은 친구 어머니가 그러셨다고 한다.
<작가님 아버지 돌아가셨다고.>
처음 시인 등단을 아버지께 말씀드렸을 때 <허허> 웃음으로 당연한 일을 새삼스럽게 말하는 것처럼 좋아하셨다.
갑자기 닥친 일에 일주일이 정신없이 지나며 모든 게 멈추었다.
멈춰야 했다.
평범한 날의 이별은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지나치는 하루였지만 우리 가족은 모든 것이 흔들렸다.
오랜 병환으로 지치고 힘들었지만 이별은 생각하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 <피우!>.
숨비소리 한 번으로 영원한 잠에 빠져드는 모습에 다급히 119 호출 후 쉼 없이 심폐소생술을 했다.
<이렇게 가면 안 돼요.>
너무나도 평온한 모습에 잠을 깨우고 깨웠지만 더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병환 중 가끔 편안하게 잠든 모습으로 마지막까지 남겨진 이들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이어폰을 끼고 이렇게 앉아 있다.
집안인지 밖인지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가 아버지의 인기척으로 들린다.
마치 옆방에 있는 것처럼.
자꾸 들리는 소리를 이어폰 속 소리가 덮기를, 귀를 막아도 들리는 목소리를..
# 조금 더 멈추려고 했는데.
아주 멈출까 봐 겁이 났습니다.
그리고 서둘러 일상으로 돌아와 할 일이 많습니다.
이미 예감하듯 남은 이들을 위해 날짜를 정하신 것처럼 떠난 아버지를 기리는 일은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서로의 글을 읽어주시는 작가님의 글을 <다음>에서 문득 읽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정신이 퍼뜩 났습니다.
조금 더 열심히 살아내겠습니다.
조금 더 용감해지겠습니다.
걷는 길에 함께 하는 이가 많다는 것을 새삼 알았습니다.
고운 꽃길을 따라 떠나 엄마와 함께 평안하게 계실 테니..
그리 믿겠습니다.
염려와 위로를 전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