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후르츠에이드
같은 매일도 다른 의미가 있다.
"2차 장마라네요."
"그러더라고요. 예전부터 가을장마라는 말은 있었는데 요즘은 차 장마라는 말도 있더라고요."
오전 수업이 끝나고 오늘처럼 수업이 연이어 있는 날은 간단히라도 점심을 먹어야 한다.
분식집에서 수제비를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단골이신듯한 어르신과 사장님의 대화가 들렸다.
이번주 들어 장마 기간도 지났는데 연일 비가 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늘 가을이 오기 전 태풍 예보에 조마조마 한 여름 끝을 보냈는데 이제는 장마가 끝나고 또 다른 장마를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새로운 것이 신선하고 색다르게 다가오면 한 번은 깜짝 놀라지만 언젠가는 조금씩 익숙해진다.
점심을 먹고 나왔는데 여전히 빗줄기는 멈출 줄 모르고 아직 남은 점심시간에 잠시라도 조용히 있고 싶어서 근처 공원으로 가려다가 비도 오고 햇살 좋은 날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데 오늘은 축축한 공기 탓인지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없는 한산함이 요즘은 왠지 무서워져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한산하고 조용한 자리를 잡고 뜬금없이 <패션후르츠에이드>를 주문했다.
이름으로 봐서는 알록달록할 것 같은데 연한 노란 음료수에 검고 작은 알갱이가 반투명한 주머니에 들어 있다.
"수제청이 가라앉아 있으니까 잘 저어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잘 저어서 한 모금 마시니까 새콤달콤한 물 안에 씨앗 같은 알갱이가 오도독 씹혔다.
생각지 못 한 맛에 <뭐야.>.
기분 나쁜 느낌이 아니라 재미있는 오도독 맛이 낯설지만 좋았다.
비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언제 그칠지 모를 그들의 순행을 멍하니 보다가 또 한 모금 마신 패션후르츠에이드가 오도독 재미있는 맛을 선사했다.
대문 사진 by 봄비가을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