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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간다.

계절 자리 바꿈.

by 봄비가을바람

한낮 여름 햇살이 고개 숙여 작별을 인사를 하고

선풍기 뜨거운 모터에도 찬 바람이 들었다.

바깥공기 서늘하다고 모기들이 늦은 밤 귓가에서

시위를 하고 하루하루 밤 시간이 길어진다.

낮과 밤이 맞닿아 자리 바꿈을 하고

여름과 가을이 맞춤 맞게 자리를 옮겨 앉는다.



시간은 늘 어김이 없어 온도에도 속도를 올리고

보는 시선에, 듣는 소리에도 계절의 맛을 실어간다.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찐득한 여름 내를 감추니

가을의 서늘한 인사가 슬프고

상큼한 레몬이 목구멍을 훑어내려 시원한 소름이 덜 반갑다.



가을이 온다고 하루아침 시작이 달라질 것은

없지만 늘 있던 자리가 더욱 휑해지니

마음 구멍이 커진다.

들고 나는 바람 소리에 울음소리를 묻고

얼굴에 눈웃음 자국이 피어나도

진정 웃음꽃은 아니다.



가는 시간을 주저앉혀도 이미 헐고 헐어 꿰매도

온전하지 않을 마음 단속을 단단히 하고

서슬 퍼런 비수를 숨긴 가을을 온몸으로

맞을 각오를 다진다.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기억 속 샛별은

늘 반짝이던 자리에서 빛나고

눈물을 가장한 가을비가 오면

더욱 자리다툼이 치열하리라.

수고한 여름이여.

고운 분 고이고이 보내니 곱게곱게 자리 펴고 편히 쉬게 하소서.






<대문 사진 출처/봄비가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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