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바람에 가을이 묻었다.
가을이 오나 봅니다.
가을이 오나 봅니다.
선풍기 바람에 가을이 묻었습니다.
모기를 쫓으러 컨 선풍기 바람이 살갗에 스치며
작은 파문이 일어 부르르 몸서리를 칩니다.
시계가 제 할 일을 해서 시와 분이
시시각각 해의 위치를 읽고 달의 그림자를 드리워 낮을 쉬고 있습니다.
여름을 재촉해 자리를 비우라는 성화는
여러 번인데
가을마저 다그치는 비 소식이 들립니다.
시간이 가도 편치 않을 일을 앞에 두고
괜찮다.
괜찮다.
울림 없는 다짐을 하다가 잊어야 하는 아픔보다
기억하는 그리움을 택했습니다.
눈물이 앞서는 생각이 버스 뒷자리에 앉아
마스크 안으로 흐르는 모정과 부정의 향내를
억지로 삼켰습니다.
시간이 가면
괜찮다.
괜찮다.
믿고 싶은 거짓말은 목구멍 안까지 타오르는
매일의 기억이 뒤돌아 웃는 낯으로 서서
애를 써 보았습니다.
애쓴다고 될 일은 아닌데 주저앉아 무너진 마음을
움켜 잡습니다.
주위 모든 것이 변해도
시작과 끝이 공펑할진대 억울한 멍울이 자꾸
울화를 만듭니다.
뒷모습에 참았던 눈물로 보내고 잊지 못할 이름을
붉은 글씨로 덮었습니다.
여름 끝에 서서 가을을 향해 손짓하니 축축한 짠내는 소태가 되었습니다.
괜찮다.
괜찮다.
믿지 못할 거짓말을 믿어 보렵니다.
시와 분이 제 할 일을 하듯
세상의 시간 속에서 추억의 힘으로 살아내겠습니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