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걱정 꽃이 피었다.
걱정은 걱정을 낳고..
춥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춥다.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나.
목도리도 하고 장갑도 껴야겠지.
무거운 어깨에 한기가 내려앉아
고개를 거북이 등껍질 속으로 밀어 넣고
눈동자를 왼쪽 오른쪽으로 굴려
걱정 눈사람을 만들었다.
눈 코 입 검은 점을 찍고
웃는 얼굴 우는 얼굴 화난 얼굴
마음에도 없는 표정을 애써 만들다 지우고
또 지우고 만들어
걱정은 이미 꼬리를 물었다.
가만히 두고 보면 되는 일은 많지 않지만
모른 척 팔짱 끼고 창 밖 찬 바람에
머리를 식혀 마음 불을 끄고
하나 둘 세어 생각의 곁가지를 잘라
걱정 나무를 가지치기를 했다.
새 봄에 또 잎이 돋으면 잔 가지를 칠 테니
뼈를 깎는 고통은 늘 품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끌어안으려는 그 또한 욕심이다.
지금이야 모를 테지.
눈앞에 놓인 꿈도 헛손질에 스치고 스쳐
놓칠 뻔하지 않는가.
잡아야 하는 건 못 잡고
잡지 않아도 되는 잡고
힘에 부쳐 허둥대는 가.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넝쿨은
끝을 모르고 해를 좇아 위로 오르다가
더 이상 내려올 생각을 못 하고
벽에 달라붙어 뿌리를 박은 땅에 디디지 못하고
끝이 정해지지 않은 위만 바라보았다.
온몸으로 햇살과 비바람을 감수하고
초록잎이 갈잎으로 흩어질 때까지
그 자리 그 마지막 잎까지 소명을 다했다.
걱정으로 따지기 전에 숙명이든 소망이든
자신의 것이면 되었다.
걱정 꽃을 피워 멈추고 주저앉는 것이
아니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