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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오차

하나의 기억에 두 가지 오류

by 봄비가을바람

<알록달록한 걸 좋아했다.>

아니야.

《수수한 것을 좋아했다.》

화려한 꽃무늬가 수 놓인 인견 반팔 남방,

보라색의 체크무늬 남방,

한번 입고 입지 않았어.

한겨울 기모 남방을 붉은 자주색으로 샀지.

따뜻해 보이라고.

"이거, 너무 붉은색 아니가."

"추우니까 따뜻해 보이라고요."

"그러나."

취향이 확고해 깃이 빳빳한 셔츠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마른 체형에 여름에도 반팔 셔츠는 잘 입지 않았다.



<외로워했다>

아니야.

《무서워했다.》

한밤중 이상한 기침 소리에 방문을 열고 불을 켰다.

"꿈꾸셨어요?"

"낯선 사람들이 빙 둘러 서서 보고 있다가 어디로 가자고 잡아끌더라."

"..,,,,"

"아이들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데 자꾸 가자고 해서 안 된다고 하다가 깼다."

"괜찮아요.

옆에 계속 우리가 있어요"

토닥토닥 어린애 달래듯 달랬다.



곁에 함께 있던 사람과 조금 떨어져 있던 사람의 기억은 다르다.

곁에 있던 사람은 아직도 오늘처럼 함께 하는 시간 속에 새로운 기억들이 저장이 되고 멀리 있던 사람은 예전을 복기하며 그리움이 저장이 된다.

남은 사람이 할 일은 보내야 하는 것은 보내고 간직해야 하는 것은 깊고 깊은 마음 방 안 따뜻한 곳에 두고 기억이 엷어지면 하나씩 꺼내어 되새기는 것이다.



기억의 창고는 늘 열려있지만 꺼내고 꺼내도 아쉬움이 남는다.

서로 다른 기억은 각자의 그리움의 크기와 비례한다.

오류로 서로의 슬픔의 크기를 잴 필요는 없다.

각자의 몫만큼 아프면 되는 것이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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