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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준비

서두를 필요 없다.

by 봄비가을바람

이별을 한다.

사람과, 사랑과, 시간과, 일과 이별한다.

한 해가 한 달 남으면 이별 준비를 서두른다.

한해의 마지막 날과 다음 해의 첫날이

맞닿아 다를 것도 없는 날이 이어지지만

이별을 한다.

한 해를 돌아보고 후화와 그리움으로

쓴웃음과 짠 눈물도 쏟고

어이없이 툭 터진 일에 당황하고

일어서려고 무릎을 세우고

안간힘을 쓰다가 주저앉아 울었다.

내 어깨만 누르는 큰 바위는

이제는 견딜 만 한데

신발 안에 어쩌다 들어온 작은 돌멩이는

참으로 성가셨다.

맨발 끝을 땅에 디디고 신발을 탈탈 털면

떼구루루.

작은 알갱이가 마음 샘에서 기어 나와

큰 소리를 내며 굴러갔다.

가벼워진 발자국은

내일로 가는 기운이 되었다.

사는 건 언제나 거기서 거기.

늘 부족한 듯해도 오늘이 지나면

다행이다.

다시 오늘이 오면 내일이 걱정이겠지만.

삶은 사는 건지, 살아내는 건지.

그 선택은 나에게 있고

오늘이 또다시 오면

사는 건지, 살아내는 건지.

나에게 물어보면 되겠지.



하지 않아도 될

이별을 준비한다.

오늘이 가면 또 오늘이 오는 것을

알고도 남을 텐데.

기대를 버리지 않는 한

반복될 이별 준비가 나를

살아내게 하겠지.

후.

큰 숨 한번 몰아쉬고

어깨 위 큰 바위를 자세를 고쳐 메고

신발 앞코를 콕콕 찍어

발자국에 힘을 주고

다음 이별을 준비하러 간다.



대문 사진 by 봄비가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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