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을 우물에 가두었다.
내 속에 내가 있다.
붙잡으려고 할수록 달아나는 것이
시간이고 사람이고 사랑이다.
놓아주는 것이 다가오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이미 시간이, 사람이, 사랑이
다가왔는가.
더욱 멀어졌는가.
곁에 있을 때 잘하라는 말보다
놓아주라는 말이 더욱 어려운 것은
붙잡은 손에 힘을 주지 않아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은, 사람은, 사랑은
제 갈길을 간다.
스스로 단 한 번도 멈추기를 바라지 않았는데
홀로 멈추고 주위는 지나친다.
깊은 화를 끌어올려 우울로 길어 올리고
세상 짐을 진 듯 어깨를 짓눌러
움츠리고 앉아 동굴을 판다.
결국 내 탓을 남 탓으로 돌리고
끊임없는 되돌이표 안에 가둔다.
사는 것이 살아내는 것이라
우물 안에 갇히는 것도
우물에 가두는 것도
모두 나 자신이라.
그것을 깨고 나오는 것도
나 자신이라.
언제쯤 나의 우물 안을 마주 보고
나를 끌어올릴 것인가.
지금이 그 순간임을
알고도 남음이다.
대문 사진 by 봄비가을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