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울을 우물에 가두었다.

내 속에 내가 있다.

by 봄비가을바람

붙잡으려고 할수록 달아나는 것이

시간이고 사람이고 사랑이다.

놓아주는 것이 다가오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이미 시간이, 사람이, 사랑이

다가왔는가.

더욱 멀어졌는가.

곁에 있을 때 잘하라는 말보다

놓아주라는 말이 더욱 어려운 것은

붙잡은 손에 힘을 주지 않아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은, 사람은, 사랑은

제 갈길을 간다.



스스로 단 한 번도 멈추기를 바라지 않았는데

홀로 멈추고 주위는 지나친다.

깊은 화를 끌어올려 우울로 길어 올리고

세상 짐을 진 듯 어깨를 짓눌러

움츠리고 앉아 동굴을 판다.

결국 내 탓을 남 탓으로 돌리고

끊임없는 되돌이표 안에 가둔다.



사는 것이 살아내는 것이라

우물 안에 갇히는 것도

우물에 가두는 것도

모두 나 자신이라.

그것을 깨고 나오는 것도

나 자신이라.

언제쯤 나의 우물 안을 마주 보고

나를 끌어올릴 것인가.

지금이 그 순간임을

알고도 남음이다.





대문 사진 by 봄비가을바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별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