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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버티기

by 봄비가을바람

나는 아닐 거라고

나는 괜찮을 거라고

방심에 젖어 코웃음 치던

코를 납작하게 눌러버렸다.

겨울 날씨답지 않은 며칠

두꺼운 겉옷을 입으면 따뜻하다는 말보다

덥다는 말이 괜스레 나와버렸다.

나만 그런가.

지나는 사람의 옷차림도 각양각색

두껍고 얇은 옷을 여미고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섰다.

맞서려고 하면 그 힘은 더욱 기세를 떨친다.

내가 졌어.

한 마디면 될걸.

뒷걸음질을 치며 큰 소리

너 한번 당해 봐라.

주말에도 같은 시간에 아침을 깨우니

무거운 몸이 좀 이상하다.

어제저녁 뜨거운 국물에 덴 목구멍으로

컬컬한 기침이 올라왔다.

오늘만 버티면 괜찮을 거야.

말소리와 다르게 머릿속에서는

계산기가 돌아간다.

주말 수업이 아직 남았는데

동작이 느려진 몸을 일으켜

병원으로 갔다.



살아내는 것은

언제나 내 계산과 비뚤어진다.

이 참에 제대로 비뚤어질까.

그래봤자 너만 손해지.

질문하지 않은 답을 조용히

속으로 나에게 핀잔을 주고

일어섰다.

모두가 겪는 일에 유난 한번 떨지 못하고

오늘도 어제처럼 버틴다.




대문 사진 by 봄비가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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