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보내고 봄을 기다린다.
시간은 모두에게 흐른다.
태엽을 힘껏 감아놓고 제자리를 빙빙 돌다가
멈춘 방향을 향해 쉼 없이 걷다 보니
다리도 허리도 고장 나고 나사도 풀렸다.
휴식을 저축했다가 나중에 꺼내 쓰려고
다짐했으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주저앉아 일어나지도 못하니
아차, 싶었다.
닳고 낡은 몸뚱이를 이제야 거울 앞에 비추니
호쾌하게 장담한 건강은 조금씩 사용기한을
넘기고 있었다.
쓸고 닦은 대청마루는 낡은 나뭇결에
시간을 새겨 더욱 빛나지만
우리 네 몸은 언제나 봄을 그리며
겨울에 산다.
사는 것이 거기서 거기라 하지만
나의 시계를 자꾸 되돌려 본다.
늘 봄날인 나의 시계는
여름, 가을, 겨울이 와도
봄이다.
봄비 온 다음날 밭을 갈아
아지랑이 피며 봄꽃을 심어
한겨울에도 분홍으로 빛나고 싶다.
비 오는 날, 雨水를 지나고
연일 비 오는 날
겨울을 달래서 고이고이 보내고
봄을 기다린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