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도 지나고 설도 지났다.
개구리가 여차하면 뛰어나올 듯한
포근한 날씨에 우수도 지났다.
이미 봄을 맞을 준비를 다 했는데
밤새 흰 눈이 소리 없이 울어
눈물과 함께 쌓였다.
도로 위 차들과 사람들의 속도를 늦춰 놓고
의기양양 나무 위 눈은 물기 묻어
흰 꽃으로 피었다.
아직 2월이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성급하게 봄 밭에 나가 섰다.
발목까지 눈 속에 파묻고
언 발을 녹여 봄비로 삼을까.
기다리면 순서와 순리에 따라 차례가 오거늘
늘 급한 마음이 일을 그르친다.
남은 겨울이 꼭꼭 챙겨 이별하고
맘껏 창문 열고 초록 물 오른 목련 나무에
탐스런 솜털이 달리면
그제야 흰 눈을 기다리겠지.
오두방정은 아니지만 사람 마음은
장단을 바꿔 변주곡을 연주한다.
겨울 가고 서럽게 옷자락 잡고
울고불고하기 전에
마지막 흰 눈 만발에
겨울 연가라도 불러야 할까.
대문 사진 by 봄비가을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