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좋아서

by 윤전
image.png 수채화 75×56cm


<길>


오래도록 걷고 싶었던 길에

한 걸음 들어섰다

느리지만 조금씩 조금씩


가끔은 내가 제대로 걷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자리에서 걷고 있는지

뒷걸음질 치고 있는 건 아닌지

앞으로 가고는 있는 건지

이 길의 끝은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그렇게 더디게 더디게

길이 좋아

길을 걷는다


~ 시간이 지나면서 그림이 좀 늘기도 하지만 어떨 땐 제자리걸음이나 뒷걸음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잘 그리기만 하는 것은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별 것도 없으면서 잘 그리지조차 못한 그림을 보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 배울 때 누군가가 "머리 끄댕이 홈파듯이 그렸네" 하며 툭 던진 말이 좀 싫었다. 뭐 좀 생략하고 휙휙 그리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는 내가 싫었던 거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좀 생략해서 그리면 또 디테일이 떨어지는 것 같아 고민이 된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는 말에도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림은 나 자신이다. 사실 우리가 표현하는 모든 것들이 자기 자신이다. 옷, 머리스타일, 살고 있는 집조차도 그 집 사람들과 꼭 닮아 있다. 그러니 그림이 어떻게 내가 아닐 수 있겠는가?

혹시 내가 좀 더 깊어지면 나의 그림도 또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늙어감에 따라 나의 그림도 늙어갈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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