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길>
오래도록 걷고 싶었던 길에
한 걸음 들어섰다
느리지만 조금씩 조금씩
가끔은 내가 제대로 걷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자리에서 걷고 있는지
뒷걸음질 치고 있는 건 아닌지
앞으로 가고는 있는 건지
이 길의 끝은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그렇게 더디게 더디게
길이 좋아
길을 걷는다
~ 시간이 지나면서 그림이 좀 늘기도 하지만 어떨 땐 제자리걸음이나 뒷걸음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잘 그리기만 하는 것은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별 것도 없으면서 잘 그리지조차 못한 그림을 보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 배울 때 누군가가 "머리 끄댕이 홈파듯이 그렸네" 하며 툭 던진 말이 좀 싫었다. 뭐 좀 생략하고 휙휙 그리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는 내가 싫었던 거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좀 생략해서 그리면 또 디테일이 떨어지는 것 같아 고민이 된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는 말에도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림은 나 자신이다. 사실 우리가 표현하는 모든 것들이 자기 자신이다. 옷, 머리스타일, 살고 있는 집조차도 그 집 사람들과 꼭 닮아 있다. 그러니 그림이 어떻게 내가 아닐 수 있겠는가?
혹시 내가 좀 더 깊어지면 나의 그림도 또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늙어감에 따라 나의 그림도 늙어갈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