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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오른 산 100산심론 상
두타산, 무릉계곡 타고 넘던 질풍노도
百山心論 5강 5장 47산 두타산
by
여의강
Jul 31. 2022
아래로
지나고 나면
아무것 아니고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보낼 순 없어
아끼고
아껴서
한 발자국씩
저어하며
한 순간 살아야지요
순간이
켜켜이 쌓여
삶이
될 테니까요
무릉계곡 가는 길
두타산(1353m)을 다녀왔습니다.
추억의 산
멀고도 긴 여정
뜨거운 여름
한참을 오르고
어렵게 내려
기어이 만난 무릉계곡
시간에 쫓겨
눈팅만 했습니다.
이런 건 아닌데
이리 지나쳐서는 안 되는데
그래도
주어진 상황에선
최선 다했으니
뒤돌아보며
아쉬움 남긴 채
버스에 오릅니다.
무릉 협곡
0650 사당 산악회 버스
강원도 길 4시간 돌고 돌아
과 OB 3명
백두대간길 '댓재'에 닿습니다
8백 m 고지에서 시작하여
6백 m 고도 높이고
정상에서 13백 m 내리 꼽아야 하는
등산보다 하산이 쉽지 않은 산
정오 가까워지며
내리쬐는 햇빛 만만치 않았지만
무릉계곡 알탕 생각하며
13km 6.5h 대장정
첫
발 내디딥니다.
들머리 댓재
두타산은 강원도 동해시와 삼척시에 걸쳐 있는 백두대간 상의 산으로
이웃 청옥산과 대간길로 연결되어 있는데,
두타(頭陀)는 '마음의 번뇌를 털어버리고자
엄격하게 불도를 닦는 수행'을 가리킨다 합니다.
북쪽으로 삼화사에 이르는 14km 무릉계곡,
조선시대 석축산성인 두타산성,
둥글게 패인 바위 위에 크고 작은 50개의 구멍이 있는 오십정(또는 쉰우물)을 비롯,
수백 명이 앉을 만한 무릉반석에는
조선 전기
4대 명필가의 하나인 양사언
의 석각과
매월당
김시습의
시가 새겨져 있는 등
수많은 명승고적을 품고 있습니다.(나무위키, 두산백과)
옛날 정상석
두타산은
추억의 산이기도 합니다.
질풍노도 시절인 고1
여름방학 앞두고
모의한
동해로의 일탈
네이버도 구글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지도책에서 우연히 찾아낸 곳
'야 여기 골 때리는 산이 있네
이름이 두타산인데
무릉계곡도 있단다'
친구들과 텐트 버너 둘러메고
삼등삼등 완행열차 밤기차 타고
시외버스 타고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이
바로 두타산 무릉계곡이었지요.
그날 밤
'
질풍노더'들이 무
릉도원으로 명명한
계곡의 네모난 바위에 모여 앉아
깍두기 안주로
물같던
소주와
우렁찬 계곡 물소리와
밤하늘 쏟아지는 별에 취해
새벽 한기에 몸을 떨 때까지
밤새 젊음을 만끽했지요
마케터들의 바이블 '포지셔닝'을
굳이 빌지 않더라도
사람들 가슴에 오랫동안 기억되는 것은
'첫 번째'라지요.
인생 첫 번째 산(입구 계곡이지만)이니
기억에 안남을 수가 없겠지요.
아마 그 바위인 듯
한적하고
푸근한 들머리
아련한 추억
동문들과 나누며
숲길 오릅니다.
잠시 후 '햇댓등'에서 오는 길과 마주치고
'통골재' 향해
오르내리막의 반복입니다.
숲은 깊었지만
더위를 다 막진 못합니다.
들머리
길가 기암과 노송
노루오줌 꽃 반겨줍니다.
잔잔하게 이어지는
정겨운 오솔길
제법 되는 경사도 몇 번 반복됩니다
노루오줌 꽃
1시간 오르니
아득한 삼척시와 푸른 바다
구름 사이 아스라이 흘러가고
출발 4km 지점
백두대간 통골재
갈림길 다다릅니다.
통골재
정상 전 허기 달래려
시그니처 샌드위치로
원기 충전하고
마지막 거친 경사 오르니
전망 트이며
겹겹산 너머
흰구름 한가로이 퍼져나갑니다
정상 근처
출발 3시간
너른 평지
탁 트인 정상
새로이 장만한 듯
멋을 낸 쌤삥 정상석
푸른 하늘 조각배처럼 떠있습니다.
한참을 멍 때리며
푸른 하늘 흰 구름에 머리 담그고
부는 바람에 젖은 몸 말립니다.
정상 풍경
익히 들었지만
하산길 수직 하강
가파른 돌길 시작됩니다.
힘든 내리막 이어졌지만
청옥산으로 이어지는 장엄한 산세
무릉계곡 만들어낸 깊은 협곡
겹겹이 뻗어가는 태산준령
수백 년 벼랑 지킨 노송
지친 노고 달래줍니다.
하산길 풍경
대궐터 삼거리부터
펼쳐지는
더 가파른 내리막
더 기막힌 풍경
'
갈림길에선 무조건 좌틀하세요'
안내 대장 말 기억하며 좌로 좌로 나아갑니다
대궐터 삼거리 이후 풍경
학소대 관음암 사이 떨어지는 '산성 12폭포',
신라 때 쌓고 조선시대 중축한 '두타산성',
장엄한 암릉 협곡 '
무릉계곡' 시작됩니다.
'이 높은 곳에 어찌 저런 성을 쌓았을꼬?'
자연이 수억 겁 걸쳐 만든
폭포나 계곡은 그렇다
쳐도
직접 지어날랐을 선인들 노고에
경외감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산성 12폭포, 두타산성
병아리나 골룸 뒷모습 닮은 바위
천 길 협곡 위 깎아지른 기암
물결치듯 밀려가는 암릉
벼랑 위 노송과 어우러진 모습
지친 몸 일으켜 세웁니다.
기암괴석과 노송
다시 시작된 급하락 길
폭염주의보 걸맞게
온몸이 땀에 젖고
식수마저 고갈
힘겹게 내려온 무릉계곡
심한 목마름에
소주로 단련된 위장이 견뎌주기 바라며
빗물에 씻겨온
계곡물 한 사발 들이킵니다.
천년 고찰 삼화사 들러
약수 몇 잔 벌컥벌컥
갈증 완전히 해소하고
지나온 두타산 돌아봅니다.
삼화사
시간당 2.4km 늦은 속도 아니었지만
집결시간 맞추기 빠듯하다는 계산에
마음 바빠져 산행 막바지가 힘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즐거워야 할 여름 산의 별미
더군다나 추억의 천하절경
무릉계곡 알탕을
눈팅으로 힐끗힐끗 건너뛰는 것이
못내
안타까왔던 게지요.
'서둘지 말고 기왕 늦은 거
발 담그고 놀디가
삼척 가서 회 한사라 하는 게 어떨까요'
의견도 있었지만
일단은 부지런히 속도 내기로 했습니다.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는데
막상 때가 오니 즐길 시간이 없었다는
'
허무한 인생
'
과 견주는 것으로 비약했습니다.
무릉반석
미리 전화로 양해 구하고
간신히 5분 경과 후
도착 합류
했지만,
아직 못 온 2팀은 전체 일정 위해
결국 기다리지 못하고
출발한다는 결정을 내리더군요.
밤늦게 서울 도착
보쌈에 소폭 한잔
아쉬움 섞어 달게 들이켰습니다.
눈팅으로 스친 무릉계곡
그 순간
다시 와도
그리 살려네
조금씩
차곡차곡
저어하며
한 발자국씩만
지금이
영원인 것처럼
똑같이
살아가려네
무릉협곡
*2022년 7월 2일 폭염주의보 뚫고 올랐고 긴 내리막 걸었습니다.
*댓재~통골재~정상~두타산성~무릉계곡 총 13km 6시간 35분 쉽지 않은 장거리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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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시간 반(半), 살아갈 시간도 반, 오늘은 항상 나머지 반이 시작되는 날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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