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경외와 로망

百山心論 5강 8장 50산 설악산

by 여의강


근거 없는 희열

끝없는 번뇌

까닭 없는 분노


노스탤지어


가버리면

그만인 것을


무작정 짐 꾸려

향하던 곳


뜨겁던 날

경외이자 로망


20세부터

젊어서만 십여 번


자연의 두려움과

자연 앞의 겸손함

배운 곳



설악산 끝청에서


비바람 텐트에서

홀로 지새우던

백담사 계곡


폭우 쏟아지던

오세암의 밤

풀리지 않던 화두


길 잃고 헤매던

신비의 가야동 계곡


모진 눈보라에 떨던

설악동과 천불동


텐트 버너 코펠

산더미 같은 짐지고

올랐던 대청봉


감당할 수 없는

청춘의 일탈 되돌린

비선대와 금강굴



그리고

수십 년 벼르었던

공룡능선


이제 다시

구름 위에 섰습니다



운해 속 설악


설악산(1708m)을 다녀왔습니다.


한계령서 끝청

긴너덜 된비알

오르고 내려


구름 만개

구름 오름

뒤돌아보며


바람 부는 중청 지나

설악의 정상

대청봉 서니


발아래

봉우리 봉우리


구름의 강

구름의 바다

떠도는 섬 되어


용아장성

공룡능선


젊은 날

푸른 꿈

도도히 흘러


설악의 밤

잠들지 못하고



대청봉에서


새벽안개

공룡능선


날 것 그대로

거대 봉우리

깊은 협곡


꿈틀꿈틀

용솟음


비에 젖은

마등령 지나

금강굴 비선대로

수직하강


마침내 다다른

천불동 푸른 계곡


비처럼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운해 속 공룡


설악산은 인제군과 고성군,

양양군과 속초시에 걸쳐 있으며

한라산과 지리산에 이어 세 번째 높은 산으로

1965년 천연기념물로,

1970년 다섯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국제적으로도 보존 가치가 인정되어 1982년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관리되고 있습니다.


태백산맥 연봉 중의 하나로 최고봉인 대청봉과

그 북쪽의 마등령·미시령, 서쪽의 한계령에 이르는 지역의 동부를 '외설악',

서부를 '내설악'이라고 하고

동북쪽의 화채봉을 거쳐 대청봉에 이르는 '화채릉', 서쪽으로는 귀떼기청봉에서 대승령·안산에 이르는 '서북릉'이 있으며,

그 남쪽 오색약수터 일대를 '남설악'이라 부르는데,

주봉인 대청봉을 비롯하여 30여 개의

높은 산봉우리가 웅장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외설악 북부에는 쌍천이,

남부에는 양양남대천이 흘러 동해로 들어가고

내설악 북부에는 북천이,

남부에는 한계천이 서쪽으로 흘러

북한강의 상류를 이룬답니다.

(설악산국립공원,한국민족문화대백과)



설악을 향하여


가능한 설악은 천천히 즐기고 싶었기에

오래전 친구들과 약속한 공룡능선,

코로나로 중청 대피소 숙박이 힘들었는데

어렵게 예약이 되어 7명 모였습니다.


동서울 터미널

1박 산행이라 배낭이 무거웠지만

다소 들뜬 기분 나쁘지 않았습니다.



휴게소에서(사진:배길원)


한계령 백두대간

터널 뚫리면서 한산해진

속초 가는 차들 무수히 넘나들던 길

휴게소에서 바라보는 설악과

구비구비 이어지는 산길

동해 풍경 바라보니

양희은 님 노래 절로 떠오릅니다.


'저 산은 내게 오지마라 하고~'



한계령


서북능선 향해

들머리부터 가파른 길


기암괴석

곧바로 전망 터지며

산들의 파노라마 펼쳐집니다.



한계령 들머리


예전 새벽 시간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가던

기억 되새기며 낑낑대며 오릅니다.


'오르는 건 다 힘들어,

얼마나 더 참느냐의 문제지'


고수인 친구의 말도 생각하며.


험난한 바위길

기묘한 고목 감상하며


대승령에서 귀때기청봉 지나

대청으로 이어지는

'한계령 삼거리'까지 나아갑니다.



한계령 삼거리 가는 길


노루오줌 큰꿩의비름 이질풀 긴털바람꽃

이름 모를 이쁘고 가련하고

신비하고 신기한 야생화


힘든 걸음 달래줍니다.



노루오줌, 큰꿩의비름 등 야생화


딴생각하며 걷다

젖은 바위에서 미끄러져

크게 엉덩방아 찧었습니다.


허공에 몸이 뜨는 순간

대형사고임을 직감했고

뼈 다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 아팠지만

절뚝이며 나아갔습니다.


진동에 놀라

칠점사 한 마리 후다닥 달아납니다.


다행히 뼈는 이상이 없고

견딜만한 타박상이었습니다.



끝청 가는 길


끝청 오르며 뒤돌아본 풍경


넘실대는 운해

구름의 바다란

정녕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산봉우리 흘러가는 구름

하늘로 머리 풀고 올라가는 구름

계곡에서 피어나 산을 덮는 구름


풍덩 뛰어들어

자맥질하고픈 충동마저 느낍니다.



구름 산 하늘


완만해진 오솔길

기묘한 고목

땅에 엎드린 나무들


하늘이 열리며

멀리 보이는 대청봉


그렇게 도착한 중청대피소

짐 풀고 스틱만 들고 대청 오릅니다.


'맨몸이 이리 편한 거였던가?'



중청 대피소 가는 길


돌 틈 사이 만개한

바람의 꽃


사방 둘러싼 운해

바람 부는 대청봉


산을 왜 山이라 쓰는지

알게 해 주는 풍경


구름의 바다

젊은 날 추억

함께 흘러갑니다.



대청에서


오리고기 돼지고기 라면

취향 맞춘 음료

즐거운 대화


내일 갈 구름 속

공룡능선 바라보며

설악의 여유로움 만끽합니다.



운해 속 공룡능선


중청대피소는 9시 소등이라

20여 명 산객들 식사 마치고

각자 나무침대에 자리 잡았습니다.


물과 햇반 판매하고 푸세식 화장실 사용

2층은 여성전용이고 3층은 비었습니다.

춥진 않지만 바닥도 너무 딱딱하고

지친 산객들 코 골고 이가는 소리


예상했지만 숙면이 쉽지 않았지요.



중청대피소


잠못이뤄 잠시 나오니


바람 부는 중청

속초와 오징어잡이 배

검푸른 구름 사이 불 밝히고


우뚝 솟은 대청

웅장함 드러내며

더 검게 빛나고 있습니다.



밤 깊은 대청봉


내일은 공룡

할 수 있을까


그 많은 봉우리

그 높은 능선들

그 깊은 협곡을


뒤척이며

설악의 밤이 깊어갑니다.



가야 할 공룡능선


*2022년 7월 12일 개다 흐리다를 반복한 날 친구들과 찐한 여름 소풍이었습니다.

*한계령~한계령삼거리~끝청~중청~대청~중청대피소 총 8.6km 4시간 놀며 쉬고 5시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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