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 이끼 이끼 이끼

百山心論 6강 2장 53산 가리왕산

by 여의강


함부로

시작 말고


했으면

끝까지


돌아설 땐

미련 없이



가리왕산 거대 고목


가리왕산(1561m)을 다녀왔습니다.


계곡도 바위도 나무도

온통 이끼로 덮인

자연 그대로 원시의 숲


염소뿔도 녹인다는 무더위지만

오히려 서늘함에

옷 여미게 만듭니다.


평창올림픽 스키장 건설로

아름드리 고목 뽑히고

산 한 귀퉁이 떨어져 나가


자연은 함부로 해하지 말고

어쩔 수 없이 그리했으면

소중히 관리 보존하라는

교훈을 주는 산이기도 합니다.



이끼덮인 바위


50산 끝내고 20여 일 동안,


3대째 평창 송어장 하는 친구가

쾌적한 공간 선뜻 내주어

생각 정리하며 밀린 글 쓰고


풀 뽑고 이쁜 정원 조경도 하고

송어 사료 주고 출하도

못했던 얘기 나누며


그야말로 주경야독



새벽 송어장


인근 몇 산까지 오르고

더위도 피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친구, 가족, 스텝들과

전원생활 함께 했습니다.


평창에서의

뜻깊은 여름 방학이었지요.



비내리는 송어의 집


가리왕산은 강원도 정선군과 평창군에 위치하며

백두대간의 중심으로 높이가 비슷한

오대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북쪽 사면으로 남한강 지류 동강으로 흘러드는

오대천이 동남쪽으로 흐르다가,

나전리에서 조양강과 합류합니다.



가리왕산 정상에서


한반도 북부 지방과 연결되는 고산지이기에

주변 한대성 식물과 수림이 수해(樹海) 이루고,

자작나무 주목 군락이 자생하고 있으며

약초류가 풍부하고 각종 초본류 꽃이 많아

벌꿀의 산지이기도 합니다.


맥국의 가리왕(加里王)이 이곳에 성을 쌓고 머물렀다 하여 가리왕산이라 부른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정상


평창올림픽으로 사라지는 원시림을 보며

조명환 님은 '아름다워서 슬픈 가리왕산'에서


허리에 사형 표식인 노란 리본을 달고

잘려나간 아름드리나무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환경에 관심 있는 예술인들과

올림픽 개막에 즈음하여

사진전과 가리왕산 진혼제를 열기도 했지요.


덕분에 행사는 잘 끝났지만

엄청난 희생과 어려움을 거쳐 만든 스키장이

보존과 관리, 원복을 놓고 시끄럽다는 얘기 들으니

아예 건드리질 말던지 그리 훼손했으면

잘 사용이라도 하던지


'꽃은 꺽지를 말고, 꺾은 꽃은 버리지 마라'


어린 시절 개똥철학 떠올라

산의 한 부분 잘려나간

깊은 숲 걷는 내내 안타까왔습니다.



조명환님 사진, 잘려진 가리왕산 나무


평창에서 40여 분

아리랑의 고장 정선 지나

오대천 흐르는 59번 도로 따라

도착한 들머리 '장구목이',


별도 주차장은 없고 갓길에

일열 주차하고 곧바로 시작된 산길


비 온 뒤라

깊은 계곡을 휘감는 장쾌한 물소리

오르는 내내 가슴 시원합니다.



들머리 장구목이


더위 덮는

날 것 그대로의 원시림


푸근한 육산이지만

깨어진 바위로 다져진 편안한 길


해는 산이 가리고

빛은 숲이 가려


오르는 대부분 그늘이고

젖은 바위는 표면이 거칠어

미끄럽지 않았습니다.



잠깐 하늘


이끼로 덮인 산과 계곡

1폭에서 시작한 폭포는 숫자를 더하며

구비구비 7폭까지 이어집니다.


초록초록

연두연두

이끼이끼


이끼로 푹신푹신한

계곡이 빛납니다.



이끼계곡


계곡이 끝나며 시작된 가파른 너덜길


습하고 서늘한 숲

바위도 나무도 온통


이끼이끼이끼


대단한 생명력 보여줍니다.


이끼는 물속에서 땅 위로 진화하는

중간 형태 식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 견딘다 하지요



이끼나무

길가 하늘거리는

노루오줌 동자꽃 나리꽃과 인사하며


임도 가로질러 정상가는 길

넓적하고 뾰족한 바위 천지인

된비알 너덜길 이어집니다.



이끼바위


주목 군락 펼쳐지며

천년 풍파 견딘 기기묘묘 형상


바위마다 뿌리마다 나무마다

푸른 이끼 가득하고


소원탑 소망 위에도

이끼가 피었습니다.



소원탑이끼


하늘은 숲에 가렸고

숲은 이끼로 덮여

거의 빛을 볼 수 없었지만


서늘한 산속

원초적 기운은

경건함마저 느끼게 합니다.



숲과 이끼


정상 3거리

아름드리 신갈나무

지나온 세월 지탱하고


등산 내내 가려졌던

푸른 하늘 흰구름 눈부신데


관목 우거진 좁은 능선 지나

돌무더기 쌓인 너른 정상 펼쳐집니다.



정상 가는 길


백두대간 태산준령

흘러가는 산 겹겹


한기로이 떠가는 구름

시원한 바람

가슴 뻥 뚫어주고


가슴에 담아온 송어 한 마리

정상에 날려줍니다.



태산준령과 송어


내리는 길,


오르며 든 생각은

이런 길 천천히 내려가면

참 여유롭겠다 싶었는데

생각과 달리 하산 경사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내가 오른 길 맞나?'


할 정도로 다른 풍경 다가오고


바위 타고 앉은 나무

강인한 생명의 힘

힘차게 뿌리내려 뻗어갑니다.



바위나무


물과 숲


여름 산의 풍미 가득한

서늘하고 습기 찬 모습

계곡 가득 채운 물소리


'쑤와아아아아~'



여름계곡


주목 피나무 마가목

신갈나무 잣나무 단풍나무

활업수 극상림 간직한 원시림


서늘한 물안개

계곡풍 실려

선뜻선뜻 흩날립니다.



계곡 물안개


원점회귀 장구목이 입구

알탕은 10초 이상 발조차 담글 수 없어

잠깐 세수로 대신하고


구비구비 정선읍 돌아보고

평창으로 향하는 길

한가롭기 그지 없습니다.



날머리와 평창가는 길


*2022년 7월 25일 무덥고 한가로이 구름 떠가는 날.

*장구목이~이끼계곡~주목군락지~정상삼거리~정상~원점회귀 총 8.1km 5시간 반 혼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