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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강 Oct 27. 2022

응봉산, 슬프고 아름다운

百山心論 7강 8장 69산 응봉산


화마가 쓸고 간 

산기슭


선채로 타들어가고

숯덩이 되어 뒹구는

수백 년 세월


'어쩌다

 이 지경까지'


안타까운 한숨

가슴 먹먹한 풍경


내딛는 발걸음

아픔으로 저리지만


절망 딛고 돋아나는

새 생명의 안간힘


코끝 찡해지는


장하고

아름다운


슬픈

응봉산



타버린 세월


응봉산(999m)을 다녀왔습니다.


경북 울진

영동고속도로 지나

서울에서 멀고도 먼 산


산악회 버스에서

몸이 뒤틀릴 즈음


동해고속도로 너머

옥계 푸른 바다 떠오릅니다



동해


서울서 4시간 여

산행할 시간만큼 달려

덕구온천호텔 옆

들머리 산불감시초소


한적한 금강송의 고향에

언뜻 긴장감이 깔려있습니다.


통상 들머리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모랫재 거쳐 능선 따라 올랐다가


급급 경사 계곡길로 내려오면서

노천원탕에서 족욕하고

덕구테마계곡 12 다리 건너

용수폭포 감상하며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 코스인데,


계곡길 계단이 불에 타 복구가 덜 된지라

입산 금지되어 원점 회귀하는 길 택했습니다.



등산로


여늬 산과 다름없는

호젓하고 한가로운 진입로


어쩐지

잔가지와 낙엽이 보이지 않더니


몇 걸음 가지 않아


불에 탄 솔방울

시커멓게 밑동 그을린 나무


화마의 흔적 널려 있습니다.



화마의 흔적


응봉산은 경북 울진군과 강원 삼척시 사이

백두대간 낙동정맥으로 동해를 굽어보며 우뚝 솟아 산세가 험준하고 변화스러운 산입니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조씨(趙氏)가 매사냥 중 

매를 잃어버리고 산봉우리에서 매를 쫓아

이곳을 응봉(鷹峯)이라 불렀다는데,


산맥이 남서쪽 통고산으로 향하고,

동쪽 기슭에는 덕구계곡 그 너머 남동쪽에는 구수곡계곡이 있어 항상 맑은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특히 덕구 및 구수곡계곡 상단부에는

울진 금강송 천연림이 있으며, 

동남쪽 계곡 절벽에는 천년기념물 

산양이 서식한답니다.(대한민국구석구석)



2022년 3월 방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하여 가뭄으로 마른 산하에 강풍까지 더해져

울진 일대를 열흘 넘게 태웠는데

그로 인해 응봉산도 많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울진산불(연합뉴스에서 캡쳐)


불에 탄 아름드리나무들


누군가 인간의 고의나 부주의로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내어주기만 했던 숲이

아프게 타들어 갔을 생각 하니


마치 나의 잘못인양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 숙였습니다.


산불조심,

아무리 경계해도 지나침 없을 경고


까맣게 스러져버린 현장을

몸으로 체험하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불에 탄 나무들


산불의 안타까움없었다면

참 걷기 좋은 산입니다.


오르다 힘들 때쯤

평지가 나타나 발걸음 쉬게 하고


또 오르다 지칠 즈음엔

어김없이 전망 좋은 길 펼쳐져


그야말로 '산객 친화적'이더군요.



걷기 좋은 산길


완만한 흙길 경사

꾸준히 고도 높여

1, 2 헬기장 지나니


푸석푸석한 땅

불에 그을린 나무

숯 돼버린 뿌리들

두 동강 난 표지판


화마의 흔적 널브러져 있습니다.



정상 가는 길


그래도 정상에 서니


푸른 하늘 흰구름

푸르른 동해 바다

푸릇푸릇 산그리메


둥실둥실 떠올라


산인지 바다인지 하늘인지

모두 하나 되어


불타던 아픔 떨치고

푸른 바람으로 흘러갑니다.



정상


내리는 길

화전민의 산인 양

잔가지 하나 없이 파헤쳐진 산길


그래도

검정 뚫고 피어나는 푸른 생명


자연과 세월의

강인한 치유력 보여주는


조금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화마 속 새 생명


모랫재 도착하니 시간이 조금 남아

약간 돌아가지만 계곡 확인하고 싶어

우측으로 내리는 길 택했습니다.


덕구계곡 따라 설치된 테크도 불에 타

중간중간 뼈대만 남았는데


그래도 물과 불은 상극인지라

다행히 계곡 근처는 화마를 피한 듯

세계 유명 교량 축소판 다리들과

원탕에서 온천으로 향하는 파이프도

모두 무사해 보였습니다.


계곡 따라 바쁜 걸음으로

유명한 용소폭포 지나

덕구온천 호텔에 닿았습니다.



용소폭포


불조심

또 조심,


슬픈 응봉산


아름답고 장한 산


빨리 복구되길 기원합니다.



날머리에서


*2022년 10월 12일 맑고 푸르른 날 스쿠바 동문 4명이 올랐습니다.

*산불감시초소~하루재~1,2헬기장~정상~모랫재~용소폭포~덕구온천 총 13.1km 4시간 50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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