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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강 Jan 18. 2023

덕유산, 천상의 설원

百山心論 9강 6장 85산 덕유산



오늘 하루

걸을 수 있다면


그래서


참회로
회한 가리고


용기로
희망 피울 수 있다면


지나온 날들
살아갈 내일


어떤들
어떠리요



향적봉 가는 길


덕유산(1614m)을 다녀왔습니다.


귀밑머리 푸르던

백옥 같은 물 흐르던 무주계곡 텐트 치고 


아우와 삼겹살 구워 소주 마시며 

밤새 얘기하다 구천동 비경 따라 

술냄새 풍기며 뛰어올라 정상 찍고


남덕유산 향해

덕유평전 광활한 능선 걸으며

경치에 감탄하여 푸른 가슴 쿵쾅이

추억의 덕유산이지요.



능선길


서울서 3시간

눈 덮인 도로 달려

들머리 '안성탐방지원쎈터' 


레이어링으로 단디 무장했지만

산아래 날씨는 별로 춥지 않은지라

겉옷 두 개 벗어 배낭에 걸고


계곡 따라 완만한 눈길 

하얀 설국으로 빠져듭니다.



들머리 풍경


칠연폭포 삼거리 지나 본격 상승각

한라 지리 설악 다음으로 4번째 높은 산


600 고도 시작이니

정상까지 1000m 올려야 합니다.


인적 드문 하얀 세상

갈수록 산과 계곡 깊어지며 

눈도 깊어집니다.



ㅎ얀 세상


경사가 가팔라지며

하얗게 빛나는

얼어붙은 산과 나무


정적을 깨는

스틱 찍는 소리

눈 밟는 소리


콕 치이익 뽀드드득

콕 치이익 뽀드드득



얼음나무


'동엽령' 앞두고

시야 터지며

몰아치는 거센 바람


봄이면 붉은 철쭉 피울

잔뜩 웅크린 키 작은 나무들

화사한 백색 얼음꽃 만개하여


상고대 하얀 물결

환상의 뷰 펼쳐집니다.



동엽령 앞두고


북덕유산 향적봉과 남덕유산 분기점

백두대간 한가운데

전라북도와 경상남도 가르는

바람의 길 동엽령 올라서니


걸어온 길 아득한데

하얀 눈거죽 꿈틀대며

하늘 향해 솟아오른 덕유평전


벅찬 마음으로 걸었고

가슴 한켠 그리워했던 광활함

푸르던 시절의 능선길이란 것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동엽령대피소 들러 

잠시  녹이고 겉옷 챙긴 후

세찬 바람 속으로 뛰어듭니다.



동엽령


백암 가는 


날씨는 급변하여

미친바람 몰아치고

숨쉬기조차 어려운 추위지만


눈이 환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며


가슴이 탁 트이고

마음이 웅장해지며


눈 덮인 능선

연기처럼 꿈틀대는 외줄기 길 따라

춤추듯 꿈꾸듯 나아가는데



백암봉 가는 길


나무마다

바위마다

능선마다


눈눈눈


흰구름 피어나는 푸른 하늘

매서운 바람에 얼어붙어


완전 미쳐버린 백색 풍경

천상의 설원 보여줍니다.



천상 설원


덕유산은 전북 무주 장수군과

경남 거창 함양군에 걸쳐있는

광활한 국립공원으로


신라백제를 는 나제통문과

깊은 소 은 계곡 무주 구천동으로 유명하며

향적봉 바로 아래까지 스키장 곤돌라가 닿아

많은 이들의 정상 방문이 가능해진 산인데,


소백산맥 중앙에 우뚝 솟아

남덕유에서 동엽령까지 백두대간이 지나가며

전북과 경남을 가로지르고 있습니다.(다음백과)



덕유산 전도


눈에 빠지고

바람에 차이는 능선길


계속 올라가면 좋을 텐데

내리고 오름 반복되어


깊고 험하진 않아도

쉽지 않은 등정길이지만


경치에 취해

허우적허우적 나아갑니다.



백암봉 중봉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어느 한 곳 

잠시라도

눈 뗄 수 없는 풍광


봉우리 봉우리

하늘과 구름과 바람

눈비늘 돋은 나무


오묘한 조화

절묘한 화음


오감이 호강합니다.



오묘한 조화


백암봉 올라 간식으로 운기조식


걸어온 능선길

가야 할 봉우리


눈과 산과 하늘이 빚어내는 경관

여기저기 쏟아지는 탄식과 함성


'술 없이도 취할 수 있구나'


비틀비틀 나아갑니다.



백암봉과 걸어온 능선길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 헤치고

백암봉 내려서니

또다시 이어지는 거대 봉우리


바로 앞 중봉 지나

멀리 사람들 개미처럼 움직이는

정상 향적봉 아스라이 눈에 들어옵니다.



중봉과 향적봉


중봉 지나 향적봉 가는 길


지대 지키는 구상나무 주목 고목

드문드문 군락 이루고 


햇빛 강렬한 곳인지라

쌓인 눈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며

다른 세상 멋진 형상 보여줍니다.



구상나무 주목 군락


극심한 온도차가 만들어낸

자연의 예술품 감상하다 보니


곤돌라 관광객과 산객들 붐비고

삼겹살 냄새진동하는 향적봉대피소 닿습니다.


처마에 앉아 후배와 먹는 컵라면에 총각김치

눈 덮인 덕유산맥 바라보며 먹는 맛이

수 십만 원 하는 성찬 부럽지 않더군요.



예술 나무


멀리 산그늘 담은 저수지 감상하며

4시간 여만에 오른 향적봉


정상은 몹시 바람 불고

인증객들로 어수선합니다.


줄 서는 것은 체질이 아닌지라

멀리 한편에서 인증하고

잠시 루트 고민하다 설천봉으로 내려섭니다.



향적봉


16000원이나 하는 비용이 아깝기도 하여

무주구천동으로 걸어 내릴까도 생각했지만

버스시간 맞추려면 설천봉 곤돌라를 이용해야만 했습니다.


스키장에서는 부족한 눈을 만들고 있었고


'한때 스키에 미쳤던 적도 있었는데,

 스키장 보고도 전혀 감흥이 없으니

 모든 것이 다 때가 있나 보다'


생각하며


감동으로 이어졌던

천상의 설원

덕유산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설천봉과 곤돌라


*2023년 1월 4일 춥진 않았지만 능선에는 바람이 세차게 불었습니다. 후배와 둘이서 산악회버스로 다녀왔습니다.

*안성탐방지원쎈터~동엽령~백암봉~중봉~정상향적봉~설천봉~곤도라~무주리조트 총 10.2km 5시간 환상적인 눈꽃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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