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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강 Jan 21. 2023

운악산, 눈꽃과 곰탕 그리고 雪國

百山心論 9강 7장 86산 운악산



잊지 못할

눈꽃산행


거기에다

진한 곰탕까지



무지개는

멀리 있지 않았네



눈꽃과 곰탕


운악산(935m)을 다녀왔습니다.


눈비 소식과 미세먼지로

서울 강남 아침은 뿌연 잿빛이었고


폭설로 오도 가도 못했던 조지워싱턴다리와

우울했던 뉴욕 맨해튼 42번가,

음유시인 레오날드 코헨의 남저음 소환합니다


It's four in the morning, the end of december/I'm writing you now just to see if you're better/New york is cold, but I like where I'm living/There's music on clinton street all through the evening....

    -Famous Blue Raincoat, Leonard Cohen



잿빛 거리


고층 아파트 즐비한 도곡역

후배 둘은 급작스런 사연으로 불참하였고

선배 차로 둘이 오붓하게 가는 길

거리는 젖어있었고


섞여 내리던 눈비는

야외로 갈수록

굵은 눈발로 바뀌었습니다.



눈 내리는 가평국도


경기도 가평 운악산

너른 주차장과 식당촌은

이미 하얀 눈에 덮여 적막강산이고

부지런한 산객들 차  대만 눈에 띕니다.


아이젠에 스패츠로 단디 채비하고

조심스레 눈길 나아갑니다.



주차장 입구


궂은 날씨 이른 시간이라 손님은 없지만

꼬마전구 불 밝힌 카페 하나

나무 사이 포근한 풍경


눈 내리는 창가에 앉아

라흐마니노프 소리껏 볼륨 올리고


짙은 다비도프 한 모금 빨며

한 에스프레소 한 잔

혹은 독한 커티삭 원샷 그려봅니다.



산중 카페


들머리 현등사 가는 길은

이미 발목까지 눈에 잠겼


울창한 소나무숲과 마른나무들도 

가지가 휘도록

두껍게 흰옷 입었습니다.



현등사 입구


눈 쌓인 도로 벗어나

본격적 산길 접어드니 

사방팔방 눈천지인데


가는 눈바람에 날리고

제대로 된 겨울왕국 시작됩니다.



산행 시작


각색된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 담은

눈썹바위 거대 암릉 우뚝하고


산과 눈과 바람 깊어지며

명성 높은 악산 험난한 바 시작됩니다



눈썹바위


봉우리 터뜨린  

산마다 골마다 가득하고

떨어지는 흰 꽃잎 바람에 떠가는데

구름안개 허공에 회색장막 드리워


눈 닿는 곳마다

영화의 한 장면

한 장의 그림엽서

환상의 파노라마


 밖에 보면

구름  걷고 있는 것일 테니

신선의 길이 이런 것 아닐까요?



눈꽃과 운무


병풍바위 미륵바위 망경대

천하 비경으로

경기의 금강 칭호 받은 곳



맑은 날 병풍바위(운악산 안내판)


지금은 모두 곰탕 속에 있지만


상상  그려보는 맛도 있고

눈발에 가린 몽환적 분위기

오히려 색다른 감동 전해줍니다



곰탕 속 절경


노람 호치키스 이어지는 암릉

미끄러운 눈길 헤치고 오릅니다.


눈 덮인 바위 타는 재미 쫄깃쫄깃했는데

이는 된비알의 서막에 불과했고


수시로 가로막는 거대 절벽

산악사고 잦았던

험난한 악(岳) 자 산의 아찔함 드러냅니다.



호치키스 암릉길


험난한 사이사이 평지 이어지고

이쁘게 눈 쌓인 나무들 모습


고단할 틈도 없이

발걸음 가볍게 해 줍니다.



눈길따라


운악산은 일찍이 경기금강으로 불리는

광주산맥의 여맥 중 한 산으로

북쪽으로 청계산(양평)·강씨봉·국망봉 등으로 이어져 포천시와 가평군의 경계를 이루고


동북쪽에는 화악산·명지산 등의 명산이 있으며,

 이름 그대로 암봉이 구름을 뚫고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이 절경을 이루는 산입니다.(다음백과)



정상 오르는 길


정상 가까워질수록

절벽에 핀 기묘한 눈꽃의 향연 발길 붙잡고


기온 떨어지며 상고대로 바뀌면서

눈산의 클라이맥스 펼쳐집니다.



눈꽃과 상고대


들머리에서 3시간

끝날 듯 계속되는 암릉 절벽 호치키스

팔힘 빠질 즈음 나타난 너른 정상


가평과 포천에서 각기 세운

두 개 정상석 반겨줍니다.



정상


정상아래 평상

갈수록 풍미 더하는 형수님 시그니쳐 샌드위치와

뜨끈한 컵라면으로 요기하고

얼어붙는 손마디에 얼른 짐 꾸려 하산합니다.


내리는 길도 만만치 않았지만

마치 구름 속 걷는 듯 몽환적 분위기


이름과 싱크로율 높은 코끼리바위

한참을 감상했습니다.



코끼리바위


내리면서 느긋한 맘으로

푸근한 눈산 찬찬히 만끽하며


미끄러져 넘어져도

쿠션으로 하나도 아프지 않고

오히려 즐거운 웃음 절로 나오는

하얀 세상 하얀 마음 한동안 이어집니다.



하얀 세상


한 시간 남 짓 내려

산귀퉁이 오롯이 자리 잡은

눈에 묻힌 현등사


신라 법흥왕 때 창건된 고찰로 고려 희종 때 보조국사가 석등을 발견하고 재건하여 현등사라 하였다는데,

그 뒤 여러 번 중수하여 오늘에 이르렀는데 현재 지진탑을 비롯한 많은 문화재가 남아 있답니다.



현등사


유명한 백년폭포 무우폭포 무지개폭포

푸르게 얼어 흰 눈 속에 묻혀있고


눈밭사이 흐르는 검은 계곡

물소리 바람소리

세속 시름 모두 잊으라 합니다.



폭포와 계곡


서울서 가까운 곳에

이리 멋진 雪山이라니


눈 찾아 먼산 다니면서도

쉬이 만날 수 없었던

환상적 인생 눈꽃산행


하얀 나라 하얀 여운

잣막걸리 한 잔 그득 따라

산과 함께 건배하였습니다.



인생 눈꽃산해 건배


*2023년 1월 7일 눈 내리는 날 선배와 둘이 오붓하게 오른 인생 눈산행이었습니다

*주차장~눈썹바위~미륵바위~병풍바위~만경대~정상~코끼리바위~현등사~추차장 총 7.4km 5시간

놀며 쉬며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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