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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강 Jan 24. 2023

방장산, 길고 깊은 백색 오름

百山心論 9강 8장 87산 방장산



장부자유충천지(丈夫自有衝天志)  

불향여래행처행(不向如來行處行)


장부는 스스로 하늘을 찌를 뜻이 있으니
부처라도 남이 길은 따르지 않으리라

                      - 동안상찰 선사



방장산을 둘러싼 산들


방장산(743m)을 다녀왔습니다


지리산 무등산과 함께

호남의 삼신산()


동쪽 내장산 백암산과

서쪽 선운산 내변산

남쪽 축령산에 둘러싸여


산이 점이 아니라

선이고 길임을 알게 해주는


영산기맥 타고

전라남북도 잇는 



남이 가지 않은 길

아직 생각하며



전남 장수에서 올라

키 넘는 조릿대 헤치고

백색 된비알 휘돌아서

봉우리 봉우리 오르고 올라

전북 고창으내렸습니다.



백색 된비알


서울서 3시간 남짓


갈대 무성한 들머리 

고도 3백 m 장성 갈

폭설로 쌓였던


포근한 날씨로 

촉촉하고 폭신폭신

발목까지 빠집니다.



들머리 갈재


초반부터 쉼 없는 르막 

507봉까지 이어지고


거칠게 육산 덮은

키 넘는 조릿대와 푹신한  


나무 가지 사이 우뚝 솟은 봉 하나

쏟아지는 눈 덮인 된비알

백색 오르가즘이라 몸을 속이며



쓰리봉 가는 길


1시간 여 낑낑 올라 

바위틈 지나 도착한 734m '쓰리봉'


장성 고창 정읍 세 마을이 합쳐져서

붙인 이름이라고도 하지만,


소등에 얹어 밭 갈던 '써레' 닮아

써레봉에서 나왔다는 말이 더 그럴듯합니다.



쓰리봉


쓰리봉 지나 시야 터지며

측령 내장 백암 선운 내변산

호남의 아득한 산그리메

너른 평야 평화롭게 흘러가고


앞으로 가야 할 많은 봉우리들

울퉁불퉁 뻗어가는데


혹자는 재미있다 하나

장거리 산행 중 쉽지 않은

오르고 내리고 오르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합니다.



방장산 봉우리


가파른 눈길 내리고

다시 몇 개 봉우리 너머


돌아본 쓰리봉 아득해질 


하얀 태양 떠가는 푸른 하늘

방장산 최고 조망 보여주며

헬기장으로 쓰이'봉수대' 오릅니다.



돌아본 쓰리봉과 봉수대


정상까 700m

거의 들머리 고도까지 내렸다가

다시 오르는 아찔기분


으로 크고 길고 깊은 산

눈 얼음 덮인 암릉길 가던 중

아이젠 고장으로 잠시 섰습니다.


그리 고급인력까진 필요 없었지만

마침 동행한 후배가

무려 공학박사인지라 걱정은 안 되었지요.


비상용 끈과 칼도 있었으니까요

후배가 잠깐 보수해 준 아이젠 다시 신고

역시 산은 둘 이상 동행해야 함 실감합니다.


출발 후 3시간 20분

산근육 꿈틀대고

벡암저수지 푸르게 빛나는 정상 도착


잠시 숨 돌리며

한가로운 풍경에 빠집니다.



방장산 정상


방장산은 노령산맥의 한줄기로서 고창읍 월곡리, 신림면 신평리 일대에 거대한 주봉을 이루고 있으며, 정읍 입암산과 연결되는 고창의 진산이요, 제일 영봉이며 고창을 지켜주는 영산으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방장산의 본래 이름은 백제 때의 방등산이었는데 방정평등(方正平等)하다는 불가의 바탕정신에서 비롯되었고, 고려시대에도 이 뜻을 새겨 극락에 이르는 반동강난 경지라서 반등산(半登山)이라 하여(혹은 산이 높아 반밖에 오르지 못한다하여) 호남제일의 인맥을 배출한 신령한 산으로 추앙되고 있지요.


방장산(方丈)숭명배청의 모화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하지만, 산이 크고 넓어 모든 백성을 포용한다는 의미에서 그리 고쳐서 부른 것이라고 합니다.(다음백과)



봉수대와 방장산 능선


내리는 길에도

이어지는 몇 개 봉우리


빡센 눈길 올라서니

백패커들 요람이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인

너른 평원 '억새봉'


풍만하고 아름다운 반원 

선운산 변산반도 서해바다

둥실 떠오릅니다.



억새봉


방장산에는 지리산가, 정읍사, 선운산가, 무등산가와 더불어 백제 5대 가요 중 하나인 '방등산가'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이는 '산적에게 납치된 한 여인이 남편이 자신을 구하러 오지 않음을 탄식한 노래^, 가사는 전하지 않고 '고려사'에 노래의 내력만 남아는데(백제 가요 중 가사가 남아있는 것은 '달하 노피곰 도다샤' 로 시작되는 '정읍사' 뿐이지요),


억새봉에 세워진 '방등산가비',

여인의 한 달래주는 듯합니다.


그 이후는 어찌 되었을까?


각자는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여인은? 남편은? 산적은? 관군은?


상상의 나래 펼쳐봅니다.



저수지와 방등산가


이쁜 동그라미 억새봉 지나

벽오봉 넘어 남둥진

자전거 도로 겹치며 이어지는 등산로


날머리 고창 쪽은

눈이 모두 녹아 질펀했고


낙엽송 가득한 길은

봄날처럼 따듯합니다



날머리 근처


거대한 공설운동장 

걸어온 큰 봉우리 바라보며


차 한잔에 간식으로

길고 깊은 산행 마무리합니다.



공설운동장에서 봉 방장산


*2023년 1월 10일 미세먼지 많았지만 맑고 따듯한 남도의 크고 긴 산을 다이빙 후배와 둘이서 산악회버스로 다녀왔습니다.

*장성갈재~쓰리봉~봉수대~정상~고창고개~억새봉~벽오봉~문너머재~공설운동장 총 10.7km 5시간 25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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